몬테고베이 산책을 나섰다. 말은 산책이라고 썼지만, 실은 달리기를 하러 나섰다. 아침임에도 불구하구 기온이 상당히 높고, 습기도 상당하다. 목표했던 거리를 달릴수 있을지 의문이였다. 역시나 높은 습도와 열기 그리고 매연으로 인해 계획했던 거리를 다 달리지는 못했다.
달리기 위한 길도 온전하지 않은 것도 한 몫했다. 그래서 지도를 살펴보니 경기장 같은 곳이 있어 그곳을 향해 이동을 했다. 그곳에서 달리기 위함이다. 경기장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해안가 길을 지나, 공사장을 지나, 주택가를 지나야 그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렇게 그곳을 목적지로 삼고 바다를 보며, 휴일 없이 일하는 공사장 인부들을 보고, 그리고 지붕에 걸려있는 세탁물들을 보며 한걸음 내딛었다.
그러다 어느 집 앞에 발걸음이 멈추어졌다. 지붕에 한 엄마와 아이가 빨래를 널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는데 참 아름답다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추억여행을 떠났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시골에 살때 엄마 손을 잡고 집 옥상에 올라가 빨래를 널고 내려온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아무 걱정없이 해맑고 즐거웠던 시절인데.. 그때가 그립기도 하고, 이젠 그때로 돌아갈수 없다는 생각을 하니 또 아쉽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하다. 어쩔수 없는 것이지만 말이다.
그렇게 잠시 과거 회상을 하고 다시 목적지를 향해 몸을 움직였다. 멀리서 보아하니 경기장이 얼마 남지 않아보였다. 그러나 사람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은 것을 보니 왠지 경기장이 열려 있지 않은 것 같았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까이 가보니 역시나 였다. 경기장 입구는 굳게 쇠사슬과 철자물쇠로 잠겨져 있었고, 매표소 같은 곳은 그 안에 잡동사니가 가득한 것으로 보니 유휴시설로 방치된지 오래된 것 같았다.
경기장을 달리지 못한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다운타운을 향해 이동했다. 솔직히 그렇게 많이 아쉽지는 않긴했다. 날씨가 너무 후덥지근 했기에 만약 달렸더라면 금새 멈추었거나, 목표만큼 달렸다면 쓰러졌을지도 모를 날씨였다. 걸어 다니는데도 땀이 한바가지 나오는데 달렸다면.. 아우 상상하기 힘들다.
그렇게 동네구경하며 이동하는데 몹시 목이 탔다. 주변가 상점하나 보이지 않은 찻길이여서 어찌해야 하나 하며 애타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집 한곳에 들어가 물 구걸을 해볼까 싶기도 했다. 그렇게 주변을 살펴보는데 저 멀리 코코넛을 판매하는 매대가 보였다. 아주 사장님이 길목을 잘 잡고 있었다. 아마 나와 같은 손님들이 잡으려고 한 모양이다. 인적이 많은 곳은 아닌데..
냉장고에 있던, 혹은 얼음물 안에 있던 코코넛이 아니기에 시원하진 않았다. 다만 갈증이 매우 심했기에, 그 미지근한 코코넛 물도 크게 도움이 되었다. 설탕 없는 천연의 단맛, 마치 온 몸에 전해질이 전해지는 듯한 수분 보충에 온 몸이 즐거워했다.
그렇게 또 터벅터벅 걸어가다보니 마을이 보이기 시작했다. 상점도 하나둘 보이고, 이 더운 날씨에 웃통을 벗고 차를 정비하는 아저씨들도 보이곤 했다. 마트들을 보아하니 90년대 한국 시골의 상점을 보는 듯했다. 수많은 물건들이 나름의 정리가 된듯하며 안된듯하며 하는 규칙성을 가지고 진열이 되어있는 모습.
그나저나 흥미로운 점은 대부분 상점들의 주인이 중국계 아시안이라는 것이였다. 과거 세계일주 할때도 중남미, 아프리카를 여행할때 상점주인들이 중국계 화교인것에 대해 신기하고 참 중국인은 어디에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카리브해 한가운데 있는 자메이카도 중국계 화교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니 참 징글징글 하다. 그래서 그런지 가게마다 철조망으로 막혀있다. 아무래도 가게를 털거나 하는 범죄가 많은가 보다. 더불에 이곳의 흑인분들을 위해 가발도 마트에서 파는 것을 보니 그 또한 재미난 포인트였다. 이 나라가 조금 더 경제력이 올라오면 더 다양한 제품들을 만나볼수 있을텐데 좀 아쉬운 부분이다.
그렇게 또 한블럭 두블럭 걸어가다보니, 음악소리가 들렸다. 다른 길거리의 사람들과는 달리 깔끔하게 옷입은 어른들과 아이들이 보였다. 무슨 행사를 하는지 궁금하여 그곳을 향해 발걸음이 자연스래 옮겨졌다. 교회였다. 교회를 오기 위해 온 성도들이 가장 깔끔한 옷을 입고 예배를 드리러 온 것이였다.
마침 주일이기도 하여 교회 문밖에서 예배에 참석했다. 내가 서서 예배드리는 것을 보곤 한 성도가 의자를 가져와 내게 앉으라고 권했다. 그러나 나는 옷이 깔끔하지 못하여 정중히 사양하고 뒤에 서있었다. 물론 자리가 부족하기도 했다. 부족한 음향장비 영상장비임에도 기뻐 찬양하며 예배드리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였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하나님께 예배드리고자하는 열정, 그리고 그 예배를 온라인으로 송출하여 여러이유로 현장 예배에 참석을 못하는 성도들에게 전하려 하는 모습들이 인상적이였다.
그렇게 열정적으로 예배하는 성도들을 뒤로하고 다시 숙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동하던 중 Harmony Beach Park가 보여 그곳에 잠시 방문했다. 입장하는데 간단한 짐검사를 한뒤 입장 할 수 있었다. 누구에게나 개방된 공원이지만, 사건사고가 생기지 않게 예방차원으로 검문하는것이지 않을까 싶다. 가볍게 여유를 즐기기 위해 좋은 장소로 보인다. 가족단위로 커플로, 친구들끼리 방문하여 노는 것을 보니 말이다. 혼자 이곳을 찾은 나는 그저 나는 발만 살짝 담가보았다.
몬테고베이는 자메이카의 제2의 도시이다. 가장 인기있는 관광지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역사를 살펴보면 식민주의, 노예제, 설탕산업, 독립, 현대 관광 산업 성장까지 매우 복잡하고 다층적이다. 그에 대한 상처와 상흔도 사회적 불평등과 빈곤 등의 모습으로 남아 있다. 누군가에게는 호와로운 크루즈를 타며 휴양을 즐기기 위한 관광지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적은 임금을 받으며 그들의 휴식을 돕는 일을 하는 곳이기도 하다. 한편으론 참으로 씁쓸하다.
아름다운 해변과 리조트 뒤에 숨어있는 복합적인 역사와 문화적 상흔이 함께 공존하는 곳. 곱씹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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