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말리 박물관에서 만난 스페인 친구와 다운타운 구경을 나섰다. 그 친구나 나나 대중교통이나 택시를 타면 동네 구경을 할 수 없다는 아쉬움에 걸어서 다운타운 쪽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우선 목적지는 National Heros Park(국립영웅공원)이다. 목적지까지 거리는 5km 남짓. 길이 좋거나 하면 50분 내외로 이동 할수 있는 거리인데, 홀로 이동하는 것도 아니고, 날씨도 습하고 더우니 어찌 될지 모를 노릇이다.
영어 못하는 스페인 친구와, 영어 못하는 한국인이 어찌어찌 대화를 이어 나가며 동네를 구경하며 이동하는데 이 또한 재미다. 나의 짦은 영어와 더 짦은 스페인어. 그리고 어디서 배웠는지 알 수 없는 그의 어색한 일본어 등으로 소통하는데 대화가 되는게 신기할 뿐이였다.
그는 바르셀로나 호텔에서 일을 하고 있고 휴가차 자메이카에 왔다고 한다. 3개월간 아시아와 북미를 여행하고 이제 돌아가는 길목에 자메이카를 찾았다고 한다. 과거에 나도 세계일주를 했었고 바르셀로나에 들렸었다고 하니, 믿겨지지 않는다며 신기해했다. 그러다 길목에 신기한 광고 간판을 발견했다. "Hyundai Mobile" 그는 의외로 한국기업을 많이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 현대가 통신사도 운영하냐며 질문했다. 과거에 현대전자에서 걸리버라는 브랜드로 영업을 한 것을 기억하지만 90년대 말 이야기이고 지금은 그 사업을 하지 않는다고 대답을 했다. 그는 궁금증을 못참았는지 바로 검색을 했다. 현대그룹과는 무관한 저가형 전자기기 제조회사라고 한다. 그러면서 현대에서 이름만 라이센스해서 사용하는 것 같다고 답을 했다. 이름을 도용당한 건가 했는데 그건 또 아닌가 보다.
그렇게 40분쯤 걸었을까 우리의 목적지에 도착을 했다. 그런데 국립공원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초라하다. 들어가는 입구도, 깔린 잔디도 엉망이다. 과거 식민지 시절엔 이곳이 경마 및 다양한 대중 스포츠를 열거나 공연을 하던 장소로 사용했다고 한다. 그러나 독립 이후에는 National Heros Park로 변경하였고, 자메이카의 7대 국가 영웅 (Marcus Garvey, Nanny of the Maroons, Paul Bogle, George William Gordon, Alexander Bustamante, Norman Manley, Samuel Sharpe) 을 기리는 곳이기도 하다.
이외로는 총리, 운동선수등을 기리는 기념물이나 묘지 등이 있다. 자메이카의 역사도 모르니 그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이다. 공부를 하고 방문했으면 의미가 있지 않았을까 싶다. 단순히 추모공원이라기 보다 자메이카 국민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담은 역사적, 문화적 공간이기에 더욱 그렇다. 그리고 1976년 무장괴한들에게 총격을 받고 이틀 밖에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곳에서 공연을 강행한 장소이기도 하다. 그가 세계적으로 평화, 저항의 상징성으로 남게된 "Smile Jamaica Concert" 말이다.
공원을 뒤로 하고 우리는 조금더 남쪽으로 이동했다. Water Lane거리로 이동하기 위함이였다. 그곳에는 거리벽화가 많이 있는 곳이라며 숙소 직원이 꼭 가보라고 권한 장소이기도 했다. 목적지까지 이동하면서 만난 킹스톤의 풍경은 흔한 개발도상국의 모습이다. 무질서한 거리, 청결하지 않은 길거리,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해 아둥바둥 살아가는 사람들. 어쩌면 이런 모습이 가식적이지 않은 더 인간적인 모습이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Water Lane 거리에 도착했다. 이곳은 Kingston Creative Art Walk라고 하여, 매월 마지막 일요일 도보형 예술 축제가 열리는 거리다. 벽화, 거리공연, 라이브 페인팅, 문학 낭독, 버스킹 등 다양한 볼거리를 만날수 있다고 한다. 내가 방문한 날은 그 일정이 아니여서 볼수는 없었지만, 행사가 열리는 날 방문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곳이다. 다양한 벽화들을 그린 지역 아티스트들을 만날수 있고, 버스킹은 언제나 여행의 흥을 더 올려주기 마련이니 말이다. 눈을 즐겁게 해주는 플리마켓은 덤이기도 하고!
이곳에 벽화가 들어서게 된것은 시 주도로 진행된 것이 아니다. Kingston Creative라는 비영리 단체가 2017년부터 킹스톤 다운타운의 낙후된 지역을 예술지구(Art District)로 탈바꿈시키고자 했고, 그 노력의 결실이 지금의 모습이다. 대규모 벽화 작업으로 도시 미관이 개선 되었고, 예술가 뿐 아니라 지역민과 관광객이 꾸준히 찾는 곳이 되어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한다.
사람들이 찾지 않는 거리에서, 사람들이 찾는 거리로, 더불어 이곳을 찾는이들에게 자메이카 문화와 역사를 시각 예술로 재해석하여 보여줌으로 커뮤니티 연대감 증진과 킹스톤 시민들에게 자부심을 주는 곳이 되었다고 한다. 뭔가 국가주도로, 시정부 주도로 이런 거리를 조성을 해도 의미가 있을 법 한데, 시민단체에서 이러한 노력을 했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정부에서 주도했다면, 정치홍보 목적으로, 시민들에게 보여주는 자비로운 목적이 강하게 들어있을 법한데, 시민단체에서 그런 목적을 배제하고 단순히 예술을 통해 지역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한 노력이, 경제상황이 녹록치 않은 이곳의 시민들에게 할수있다는 자신감과 용기를 불어넣어주지 않았을까? 밥말리와 우사인볼트 벽화를 보며 말이다.
자메이카도 슬픈 나라다. 평화롭게 어업과 농업을 하며 타이노족과 아라와크족이 살던 곳에, 신대륙 개척이라는 이유로 스페인, 영국인들이 몰려오고, 플렌테이션 산업을 위해 아프리카에서 흑인들을 노예로 데려오고, 그 안에서 오는 분쟁과 갈등, 노예해방운동과, 노동운동 그리고 독립운동과 좌우 이념갈등..
독립을 한 현재도 여전히 소수의 사람들만 안위를 누리고, 여전히 아프리카계 주민들의 삶은 녹록치 않다고 한다. 그러나 그 안에서 희망을 잃지 않고 무엇인가 해보려고 하는 사람들의 노력과 꿈. 슬픈 역사를 가진 이곳이지만 또 내일이라는 꿈을 꾸며 사는 사람들을 통해 또 삶의 의미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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