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고니아에서 다시 부에노스아이레스도 돌아왔다. 다시 후덥지근 한 공기가 코끝을 뎁혔다. 숙소에 돌아오니 벌써 1시가 넘은시각. 이것저것 뒷 정리 하다보니 벌써 2시가 넘어갔다. 아침부터 이제 본격적인 선교 사역을 시작하는데 자꾸 피로를 풀지못하고 쌓이고 있다. 평소에도 잠을 잘 못자는 편인데, 체력적으로 버틸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숙소로 이동하는 중에 선교사님께서 아침에 사역중간 아이들을 위한 선물포장을 해야한다고 안내해 주셨다. 준비해야할 선물의 갯수는 1,500명 분. 적당하다면 적당한 숫자이고, 많다고 생각하면 많은 숫자이다. 볼리비아에서도 '봉다리 선물(과자Set)'을 매일 같이 준비해봐서 그렇게 걱정이 되진 않았다. 다만 그때와는 달리 많은 수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
아이들에게 준 선물의 구성은 과자 및 캔디류. 그렇게 건강해보이는 조합은 아니지만, 나름 아르헨티나 국민들이 사랑하는 군것질 거리의 조합이라고 현지 선교부 스텝이 이야기를 해주었다. 하긴 돌아보면 그렇게 건강하지 않은 군것질들을 좋아라 하며 사먹던 어린시절이 떠올랐다. 묘한 내 표정을 읽은 한 선교부 스텝 자매는 '본디 건강에 안좋은 것이 맛난법이죠' 라며 내 마음을 공감했고 같이 포장을 준비하던 팀원들을 웃게 해주었다.
선물포장은 두개조로 나누어 시작했다. 선교팀 대표를 중심으로 한조, 선교팀 총무를 중심으로 한조. 두개조를 나누어 누가 먼저 마무리 하는지 내기를 걸고 포장을 진행했다. 총무가 이끄는 팀은 뭔가 화기애애하고 분위기가 즐거웠다. 반면 선교팀 대표를 중심으로 한 조는 뭔가 속전속결로 일처리를 하는 공장 느낌이였다. 뭔가 일을 할때 말없이 일만하는 내 성격탓이리라. 일만 하는 나를 보며 현지스텝이 조금 심심했는지 '대표님은 본업이 선물 포장이셔요?' 라며 말장난을 하기 시작했다. 그재서야 분위기를 파악했다. 괜시리 함께 포장한 스텝들에게 미안해졌다. 이 또한 배움과 성장의 과정이다. 덕분에 조금은 밝은분위기로 다시 포장을 할 수 있었다. 포장을 시작한지 두시간이 지났을까. 생각보다 빨리 포장을 마쳤다. 아무래도 인원도 많고, 다들 밝은(?) 분위기 속에 즐겁게 일을 마무리 해서다.
점심식사로는 '두꺼비집'이란 식당을 찾았다. 과거 어르신들이 회식으로 갈만한 그런 옛날 분위기의 식당이다. 그렇게 청결하거나 깔끔하지는 않지만, 양도 푸짐하고 음식의 맛은 그냥 최고다. 수식어 필요없이 그냥 맛나다. 재료가 신선해서 일까, 요리 솜씨가 좋으셔서 일까. 한국에서도 이 정도로 맛을 낼 곳은 손에 꼽고, 애틀란타에는 이런 식당이 없다. 한동안 한식을 못먹어서 였을까.. 그렇기엔 한식을 안먹언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식사를 마치고 돌아와서 우리는 준비했던 복음제시 프로그램을 점검했다. 파나고니아 일정으로 인해 잊어먹었을지 모르니 재점검 하는 차원으로 가볍게 합을 맞추어 보았다. 이제 본격적으로 선교사역을 시작한다고 하니 나름의 긴장도 되었다. 오늘 저녁에는 제자훈련에 참석하는 신학생들이 선교센터를 방문하는데 그들 앞에서 우리가 준비한 프로그램을 할수 있는지 갑작스런 제안을 했어서 더욱 그러했다.
복음제시 합을 어느정도 맞추어 보고 마무리 하려던 찰나, 선교사님 간증을 듣는 시간이 되었다. 강기안, 이희옥 선교사님, 정상훈, 한초희 선교사님부터 어떻게 선교를 오게 되었는지, 어떤 마음으로 선교에 임하고 계신지, 그리고 기독교인으로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가야 하는지 이야기 해주셨다.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과거 하나님께서 부어주신 은혜는 뒤로하고, 날마다 하나님과 동행하며, 하나님 말씀에 순종한다면 그 어디나 하늘나라 임을, 앞으로 부어주실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을 따라가자며 간증해주셨다.
그렇다. 종종 과거의 하나님께서 부어주신 은혜와 영광을 기억하지만, 그것이 내 자랑이 될때가 있다. 과거의 은혜는 감사해야 하지만, 그것이 내 자랑이 되어선 안되고, 겸손히 하나님의 은혜를 감복하며, 하루하루 하나님과 동행하며 하나님의 꿈이 내 삻에 형통하게 나타나게 하는 삶이 바로 하나님의 나라를 이뤄나가는 삶이고 복된 삶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저녁시간으론 '남미성결신학교' 신학생들과 식사교재를 하면서 이야기 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들이 어떻게 신학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신학공부를 하며 어떤 즐거움이 있었는지, 그리고 각 교회에서서 어떤 봉사를 하고, 미국과 한국의 교회 상황이 아르헨티나와 동일한지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자유의 모습은 있지만, 한편으로는 평등, 차별금지라는 이유로 자유롭게 포교하지 못하는 미국과 한국의 상황을 듣곤 안타까워 했다. 어려움의 모습은 있지만 그럼에도 복음 전파에 있어서 자유롭게 전할 수 있는 현지 사역자들의 열정과 하나님에 대한 사랑, 잃어버린 한 영혼에 대한 애뜻한 마음을 그들로 부터 느껴졌다. 많이 부끄러운 밤이다. 내게 그 열정이 왜 식었을까. 복음전파라는 본질을 망각하고, 비본질에 집착하며 신앙생활을 한 것은 아닐까. 시대유감이다.
본격적인 선교를 앞두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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