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에서의 둘째 날 새벽 0130시. 공항으로 가기 위해 부랴부랴 준비하고 있다. 선교지를 본격적으로 체험하기 전, 팀빌딩을 위해 El Calafate Tour일정을 가기 위함이다.
전날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도착해 조금이라도 여독을 풀기 위한 일정이긴 하지만, 너무나도 빡빡한 일정이다. 하루 일과를 넉넉하게 쓰는 아르헨티나 사람들의 일정을 따라가다보니 생각보다 전날 일정이 늦게 마쳤다. 그리고 이것저것 정리 및 준비하다보니 벌써 자정에 이르렀다. 그러다보니 팀원들에게 잠을 권했으나, 일부 팀원들은 1시간이라도 자려고 했고, 일부 팀원들은 못깨어날 것을 우려해 버티기로 했다.
Patagonia. 배낭족 시절. 이곳을 여행하고 싶었으나, 내가 아르헨티나에 여행왔을 당시 이곳이 겨울이였고, 트레킹 코스들이 날씨로 인해 통행이 제한되었다는 이유로 방문하지 못했었다. 무엇보다도 여행경비가 넉넉치 않았어서 포기한 코스였다. 언제 이곳에 와볼수 있을까 생각을 했었는데, 선교를 계기로 좋아하는 친구들과 함께 방문할 수 있어서 조금은 설레는 맘이 가득했다.
조금은 빡빡한 일정으로 이곳을 방문해, 온전한 체력으로 구경할 수 없었던 것은 퍽이나 아쉽다. 또 배낭족시절 처럼 내 스스로 컨디션 및 시간을 조절해서 이동할 수 없다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여행을 목적으로 이곳에 온것이 아니고, 선교차 이곳에 왔으며 팀 빌딩 차원에서 이곳을 방문했으니 스케쥴을 따를 수 밖에 없다. 그렇지만 이런 일정이야말로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해주기도 한다. 그러나 한편으론 이렇게 초반부터 체력을 방전하면 앞으로 선교일정에 지장이 있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El Calafate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추운 날씨에 적잖아 당황했다. 두꺼운 옷을 몇개 챙겨올걸 하는 후회를 하기엔 이미 늦었다. 그래서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가지고 옷들을 다 껴입었다. 버스를 이용해 빙하 국립공원(Parque Nacional Los Glaciares)으로 이동했다. 이동하는 길의 풍경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의 아름다운 풍경이였다.
공해없는 맑은 전경. 여름을 준비하는 듯한 따뜻함과 그것에 밀려나지 않으려는 추움이 공존하는 듯한 공기. 칠레의 아타카마, 볼리비아의 엘 알토의 풍경과 흡사하면서도 다른 매력을 뽐내고 있었다. 나즈막히 자라는 초목들이 있을뿐, 키가 큰 나무들은 간간히 듬성듬성 자리하고 있었다. 그만큼 부에노스아이레스와는 다른 환경이다.
이런 척박한 환경에도 어떻게는 살아내려고 하는 식물들의 노력을 볼 때, 바쁜 현대의 삶을 아둥바둥 살아가던 우리의 모습이 겹쳐보였다. 조그마한 목초를 보며 과거 배낭족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파미르 고원, 안데스 산길, 세렝게티 초원 등 사람들의 손이 닿지 않은 곳들을 여행할 때 자연에서 오는 위로, 그 경이로움과 위압감에서 오는 평안함을 누렸는데 그것을 잊고 있었다.
내가 그간 무엇을 위해 정신없이 삶을 살았을까. 내가 그간 무엇 때문에 걱정을 가지고 살았을까. 하는 생각이 덩달아 찾아왔다. 선교를 떠나기 몇일 전부터 잠을 잘 이루지 못했다. 팀원들과 불화가 있었던 것은 아니였고, 그들이 내 말을 안들어 준 것도 아니다. 그런데 사탄의 장난인지 하나님의 시험인지 여전히 분별할 수 없지만, 마음이 평안하지 않았다. 그래서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이곳에 도착해서도 그 마음은 여전하다.
그런데 하나님이 만드신 창조물을 볼때 하나님께서 조금씩 내 마음을 어루만져주심을 느낄수 있었다. '너 잘하고 있단다, 열심히 살고 있는것 안단다.', '내게 네게 보여주고 싶은 것이 있어서 이곳에 불렀단다', '네 마음이 평온하지 않은 것 알아 그런데 조금 기다려 보렴' 이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그러나 알수없이 요동치는 이 마음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기도도 쉽게 되지 않았다. 몸도 피곤한 상황이여서 더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저 흘러가는대로 지켜보기로 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어느덧 아르헨티노 호수가에 도착했다. 산 중턱에 고즈넉히 놓여있는 설산은 차갑게 느껴진 그의 첫인상과 달리 선교사역을 앞둔 우리를 따뜻하게 맞이해주고 있었다. 아르헨티노 호수 위에서 만난 페리토 모레노 빙하(Periro Morino)는 그 압도적인 아름다움과 경탄 그 자체였다.
아르헨티노 호수 한가운데, 그리고 수풀 사이에, 웅장하게 투명한 푸른 빛을 내며 서 있는 빙하는 선교사역을 앞두고 생각이 많은 나를, 조금은 긴장한 마음을, 하나님의 창조 신비로움에 모든 걱정거리를 이분에게 맡기면 무슨 문제가 있을까 하는 깨달음과 경탄함을 주었다.
걱정 근심 우려를 뒤로하고 오늘 현재 우리가 하나님 사역을 위해 살아가고 있음에 감사하자! 이렇게 웅장하고 거대한 창조신비의 모습을 볼때 그 어찌 인간의 창조물에 비교할수 있을까!
자연스래 고린도전서의 말씀을 떠올리게 해준다.
”[고전1:25] 하나님의 어리석음이 사람보다 지혜롭고 하나님의 약하심이 사람보다 강하니라“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는 늘 이것을 망각하곤 한다. 종종 사람인 내가 하나님보다 대단하다 생각하고 하나님이 필요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교만한 삶을 살아가곤 한다. 그러나 조금만 고개를 돌리고 자연의 섭리를 살펴보면, 하나님의 창조원리가 없다면, 우리는 한순간도 살수 없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가 없다면 우리가 살 수 있을까, 하늘의 해와 달이 없으면 이 지구가 이렇게 평안할까.
우리가 오직 의지할 분은 바로 여호와 하나님, 오직 그리스도, 오직 보혜사 성령님임을 깨닫게 해준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자연의 신비, 창조의 섭리! 모든 것을 그분에게 의심하지 말고 걱정하지 말고 믿고 의지하자.
하나님. 오늘도 안전한 일정 그리고 보호해주심에 감사합니다. 하나님! 자연에서 또 당신의 섭리와 깨달음을 주심에 감사합니다. 오늘도 내일도 당신에게 전적으로 내 삶을 의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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