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아침이다. 여름치고는 조금은 차가운 공기가 코끝을 찌른다. 남극과 가까운 동네에서 맞이한 여름 아침이 낯설긴 하다. 겨울엔 얼마나 혹독할까. 갑자기 찰칵삼촌이 생각났다. 찰칵삼촌. 배낭족시절 우연히 만났고 서로 합이 잘맞아 아프리카, 유럽, 중남미를 함께여행한 친구다. 거의 이친구와 세계일주 1/3을 함께했다. 함께 중남미를 여행하곤 찰삼이는 남쪽으로 향했고, 나는 북쪽으로 이동했다. 오랜만에 그에게 연락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머문 'Linda Vista'숙소사진을 보냈다.
배낭족이 묵기에는 조금 비싼 숙소로 보여 '설마 이곳에 찰삼이(찰칵삼촌)이 머물렀겠어?'하는 생각으로 메시지를 남겼다. 그런데 이게 왠걸 "어? 거기 내가 머문곳인데? 배낭족에 머물기엔 조금 비싸지만.. 혹시 Linda 아주머니 계시면 안부전해줘!" 라는 답을 받았다.
맙소사. 세상 좁다. 지구는 정말 좁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된 날이다. 거의 남미의 땅끝에 한명만 건너면 아는 사람이 있다니. 알다가도 모를 세상일이다. 아침 식사 및 일정을 확인하기 위해 Linda아주머니를 찾았다. Linda아주머니에게 오늘 일정에 대해 대략적으로 확인하고, 간단하게 내 소개를 한뒤 찰삼이의 안부를 전해 주었다. 사모님도 오랜만에 듣는 이름에 반가운 눈치다. 이곳을 떠난 뒤로도 주기적으로 연락을 하는 모양이다.
이제는 오래된 추억이라면서도, 찰삼이와의 추억을 나워주었다. '배낭족 시절 찰삼이가 미래에 대한 고민' 등을 자주 들어주었고, 해지고 뜯어진 바지를 꼬매주셨다고 이야기를 해주셨다. 배낭족은 자유로워 보이지만 외로운 존재다. 홀로 여행하는 일정이 많고 그렇기에 이야기를 들어주고 간단한 도움을 주면 그들에게 큰 위로가 된다. 아마 Linda아주머니가 찰삼이에게 그런 존재이지 않았을까. 정말이지 세상 좁다.
오늘은 팀빌딩 마지막 일정이다. 아르젠티노 호수를 보트로 투어하는 날이다. 다행이다. 전날은 빙하 위를 트래킹 하는 시간을 가졌다. 피로가 가시지 않은 채로 트래킹을 하느라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수면트래킹. 군 훈련소시절 행군하는 기분이였달까.
이번엔 다행히 보트안에서만 일정을 보내기에 다행이다. 보트라기엔 조금 큰 페리가 정확하겠다. 페리는 세가지 등급으로 구성이 되어있다. 쉽게 1층은 3등석, 2층은 2등석, 함교쪽에 위치한 자리는 1등석이다. 아르헨티나의 안타까운 경제상황으로 우리는 부담없이 1등석을 예약하고 그곳에서 시간을 보낼수 있었다. 오랜만에 함교에 있다보니 해군 시절이 생각난것 안비밀.
아르젠티노 호수가에서 보이는 이곳의 풍경은 그야말로 절경이다. 호수, 빙하, 숲, 설산, 그리고 푸른 하늘의 조화롭게 있는 모습은 눈으로 직접 보지 않고는 그 경이로움을 문자로 표현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이번에 동행한 팀원의 표현을 빌려 보면 "그냥 좋다" 이 단어에 그 모든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을 담아내기에 적절하다. 그냥..마냥.. 좋기만 한데 무슨 수식어가 더 필요할까. 오히려 담백하고 솔직하며 쉬운표현이다.
선교팀원들이 아름다운 절경을 보며 서로에게 사진을 찍어주고, 하나되어 가는 모습을 옆에서 볼 때 감사했다. 한편으론 각자의 삶을 적게는 30년 많게는 40년을 살아온 이들이 '선교'라는 목적으로 모여 각자의 멋진 모습들을 조금은 자제하고 서로에게 양보하고 배려하며 하나되어 가는것이 퍽이나 아름다웠다.
이곳의 자연경관을 그대로 우리가 흡수하는 것 같았다. 에메랄드 빛 호수, 청푸른 빙하, 우거진 수풀, 오랜시간 그 자리를 지켜온 만년설과 푸른 하늘.
각자다마 자신만 돋보이게 할 아름다움을 가진 자연물이 각자마다 자신을 절제하여 멋진 하모니를 만들어냈다. 이들의 아름다움은 우리가 태어나기 훨씬 전부터 이곳에 있었고, 우리의 사소한 걱정이 잊힌 뒤에도 오래도록 이곳에 존재할 아름다움이다.
마찬가지로 우리 선교팀도 각기 다른 환경에서 성장했고, 모두 다른 소그룹에서 각자의 섬김을 해오다, 아르헨티나 선교팀원으로 모인 우리가, 하나님께서 조화롭게 배치한 자연을 보며 우리도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묵상 눔하며 우리 선교팀만의 멋진 하모니를 만들어 낸 모습을 볼때 앞으로의 선교일정이 기대가 되었다.
여전히 나는 대표로서 괜한 걱정과 우려가 남아있지만, 그래도 이렇게 아름답게 하나되어 가는 모습을 볼때, 이 멋진 하모니를 토대로 우리가 선교지에 오기 훨씬 전부터 있던 신앙의 선배들이 전했던 복음의 사랑을 우리가 이어받아, 앞으로 이곳을 살아갈 이웃들에게 그 사랑을 흘려보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하나님! 이 머나먼 땅에서 친한 이웃의 지인을 만나는 축복을 허락해주셨고, 당신의 창조물을 통해 또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저 "그냥 좋다" 이 단어로 표현하기엔 충분치 않지만, 인간의 지혜로 이것을 표현하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그냥 좋고, 그냥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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