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자리에 앉은 승객이 창밖을 보라고 손짓한다. 아르헨티나인으로 보이는 그는 서투른 영어로 애틀란타와 달리 따뜻한 햇살이 보인다며 이야기 한다. 기분탓인지 기내의 공기도 따뜻해진 것 같다. 스무스한 기장의 착륙과 더불어 승객들의 박수(?)로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도착했다.
짐을 정리하고 기내를 나오는 순간 따뜻한 햇살과 함께 코끝으로 들어오는 남반구의 훈훈한 공기와 산뜻한 봄바람이 우리를 맞이했다. 슬슬 여름을 준비하는 우리의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했고, 이제 선교일정이 시작한다는 설렘과 기대감 그리고 조금의 긴장감이 찾아왔다.
다행히 입국심사를 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그런데 작은 해프닝이라고 생겼다. 세관직원이 우리가 공용물품으로 사간 먹거리 짐을 보고 시비를 걸었다. 일부 먹거리에 유통기한이 안적혀있다는 이유다. 이곳에서 먹을 간식과 아침거리들을 구입한 것인데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 다행히 스패니시를 구사할 수 있는 자매의 기지로 그들에게 잘 설명했다. 덕분에 하나도 빼앗기지 않고 입국 할 수 있었다. 하나님의 도우심이다. 스패인어를 배워볼까 하는 순간이다.
선교팀원들 모두 조금씩 상기되어 있었다. 선교지에 도착한 기대감과 설렘일것이다. 담당목사님은 5년 전에 이곳을 교회 어르신들과 방문한 적이 있으셔서 그런지 공항을 둘러보며 추억회상에 빠졌다. 그러면서 "5년전 이곳에 청년들과 함께 오고싶었는데 그 꿈을 하나님께서 이뤄주셨다"고 고백하셨다. '왜 목사님이 이곳에 청년들과 함께 오고 싶어하셨을까?', '어떤 하나님의 역사하심이 있기에 청년들에게 보여주고 싶으셨을까?' 질문하고 싶었던 것들이 많았지만, 잠잠코 일정을 지내보고 알아가야겠다 생각했다.
공항 앞에 이미 선교사님들께서 우리를 기다리고 계셨다. 바로 우리가 머물 선교센터 “Iglesia Vida Nueva”로 이동했다. 이 선교센터는 주로 현지인 사역자들을 교육훈련을 하거나 이렇게 단기팀들이 머물 숙소로 사용한다고 한다. 시설이 미국에서 처럼 훌륭하지는 않지만, 10여일간 지내기엔 충분한 공간이였다. 일단 지붕이 있고 바닥이 있으며 인터넷이 되니까.
선교센터에 도착하고 잠시 짐을 정리한 뒤, 선교사님 가정과 아르헨티나 선교부 직원들에게 우리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이어서 강선교사님 주관으로 오리엔테이션 시간을 가졌다. 선교사님께서 언제 아르헨티나에 왔는지, 현재 아르헨티나의 경제, 정치, 종교 등 상황이 어떠한지 대략적으로 안내하는 시간이였다.
이 곳에 오기전 아르헨티나의 경제가 어렵다는 뉴스를 보았다. 인플레이션이 1년에 100%넘어간다는 기사였다. 그리고 대통령 선거에서 기존의 정치인이 아닌 전기톱을 들고 선거유세를 한 괴짜(?) 정치인이 당선이 되었다. 기성 정치인들의 부정부패를 척결하겠다는 의지였으리라. 그래서 그런지 분위기가 평화로워 보이진 않았다. 경제가 어려운 것이 큰 이유겠지만, 새로운 정부에 대한 기대감 그리고 우려가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민들 표정에 담겨있었다.
오리엔테이션을 마친 후, 저녁 일정 전까지 정비하는 시간을 가졌다. 공용물품을 정리하고, 필요한 물품들을 구입했다. 우리가 준비한 복음제시 프로그램을 재점검 했다. 그러던 중 어디선가 맛있는 냄새가 났다. 냄새를 따라 가보니 숙소 뒷편에서 선교부 직원들이 우리와 저녁에 방문할 현지 목사님들을 위해 아르헨티나의 명물인 Asado를 준비하고 있었다. 덩어리 고기를 불에 3-4시간 천천히 구워낸다고 한다.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종종 이렇게 파티를 연다고 한다.
재미난 점은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밤 9시에 보통 저녁을 먹는다고 한다. 보통 6시쯤 저녁을 먹는 우리들과는 다른 문화다. 많이 사라졌다고 하지만, 낮에 쉬는 피에스타 문화가 남아있어서 그렇다고 한다. 쉽게 이해가 가지 않은 문화지만 흥미롭다. 그렇다면 저녁을 먹고 언제 자는지 궁금해졌다. 현지인 선교부 직원에게 그것을 물어보니, 먹고 바로 잔다고 한다. 놀랬다. 그게 가능할까 싶었다. 소화가 될까 싶다. 더부룩 할텐데..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때, 현지인 목사님이 하나 둘 선교센터에 모이기 시작했다. 저녁에 있을 철야기도회를 위해, 그리고 우리를 맞이하기 위해 온 것이라고 한다. '여독이 풀리지 않았는데 철야기도회라고?'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졸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조금 두려웠다. 그런데 선교사님께서 철야기도회가 계속 기도하고 찬양하고 반복하는 한국의 기도회와는 달리 이곳에서의 기도회는 더불어 먹고, 마시고, 기도하고, 찬양하고, 친교하는 코이노니아 시간이라고 안내했다. 그 이야기에 선교팀들 표정이 밝아졌다.
특별히 선교팀원들이 표정이 밝아진 이유는 우리와 현지인간 식사시간이 다름에서 오는 서로의 불편함을 서로가 양보한 중간의 시간에 저녁을 먹기로 했다. 우리 기준으로는 조금 늦은 저녁, 그들 기준으로는 조금 이른 저녁을 먹는 셈이 되었다. 그렇게 저녁식사를 하기 전 우리는 하나 둘 모인 현지 목사님들과 더불어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현지 목사님의 찬양인도를 시작으로 기도회가 시작했다. 선교사님께서 우리에게 기도제목이 담긴 종이를 나누어주셨다. 그곳에는 현지 교회의 이름과 사역자 이름 그리고 그 교회들이 가지고 있는 기도제목, 사역자 가정이 가지고 있는 기도 제목들이 정리 되어 있었다. 선교사님은 현지 목회자분들 한명한명 앞으로 불러내어 그들을 축복하고 그들이 기도제목을 가지고 모두가 합심으로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곳에 모인 목회자분들은 짧게는 한시간 길게는 두시간이 걸려 이 기도모임에 참석한다고 한다. 과거엔 매주 이 모임을 가졌는데, Covid19로 인해 그 모임이 축소되었고 지금은 격주로 이 모임을 가진다고 한다. 30분이상 걸려도 멀다 생각하고 모임이 참석하기 꺼려지는데, 한시간-두시간 걸려 이곳에 와 서로를 격려하고 위로하며 기도하는 것이 기대감을 가지고 나오는 현지 목회자분들의 열정에 새삼 도전을 받았다.
교회와 가까운 곳에 살았을때는 빠짐없이 새벽기도에 참석하곤 했다. 그러나 지금은 동선이 애매하다는 이유로, 길 위에 버리는 시간이 많다는 핑계로 새벽기도를 소홀히 한 내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부끄러웠다. 하나님만을 바라보고 기도하는 것에 소망을 두어야는데, 삶의 중심에 하나님이 아니라 나를 두었기에 여러가지 핑계거리를 둔것이 아닐까. 그렇다고 그 새벽시간에 집에서 기도를 한것이 아니였어서다. 하나님께서 새벽마다 대화를 나누던 그 시간을 다시 가져보자고 내게 이야기 하는 것 같았다.
기도회 중간 갑자기 선교사님께서 기도회를 마치셨다. 준비한 기도제목이 다 마무리 되지 않았는데 말이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저녁준비가 되어서다. 그렇게 애매한 타이밍에 기도회를 마치고 저녁식사를 하러 이동했다. 뭔가 찝찝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 또한 다름에서 오는 불편함일 것이다. 내가 살아왔던 삶의 방식과 선교지 삶의 방식이 다를 것이라곤 생각했지만, 선교일정 첫날부터 마딱뜨려서 더욱 그러하지 않았을까.
선교부 직원분들이 정성들여 준비한 Asado는 그야말로 소문 그대로다. 먹을것에 진심이 않는 내게도, 그래서 고기맛을 잘 모르는 내게도 이것은 그 동안 먹은 고기들보다 맛났다. 아르헨티나에 오기 전 팀원들이 Asado에 대한 소문을 듣고, 그 맛을 궁금해 했는데 다들 대만족하는 표정이다. 그만큼 식재료가 정말 훌륭하고, 미식의 나라라는 여행자들의 평이 있었는데 그것이 사실이였다.
무엇인가 정신없이 하루가 지나갔다. 작년과는 달리 복잡한 일정은 아니였는데도 말이다. 현지에 적응할 시간없어서 였을까. 선교에 대한 기대감과 설렘 그리고 마음 한편에 남아있는 부담감과 이유 모를 불편한 마음이여서였을까. 그럼에도 다친 사람 없고, 아픈 사람 없고, 빼앗긴 물건 없이 무사히 입국했다. 선교사님 가정과, 현지 목사님들에게 큰 환대를 받았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의 첫날은 따뜻한 봄 내음이 우리를 맞이했듯, 따뜻한 봄 내음과 같은 모든이들의 환대에 하나님께 감사한 아르헨티나에서의 첫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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