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이어 올해도 단기선교 모집 공고가 올라왔다. 올해는 아르헨티나. '경제상황이 어렵다고는 들었지만.. 남미에서 꽤나 콧방귀 뀌는 나라가 '아르헨티나아'니던가..그 나라가 선교가 필요하다고?' 하는 궁금증에 큰 고민 없이 신청서를 제출했다. 작년 볼리비아에서 얻은 하나님의 위로와 부어주신 은혜이 컸고, 그것을 회복하고 싶었다.
선교를 떠나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청년부 담당목사님이 건강상 어려움으로 한동안 회복하시기까지 자리를 비웠다. 그의 부재로 선교를 갈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 그리고 갑작스러운 상황으로 휴가를 사용한 날이 생겨 휴가일수가 부족했다. 어찌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사장님께 사정을 이야기 하니, 사장님이 흔쾌히 휴가를 더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었다. 감사하다. 다행히 목사님도 선교 떠나기 두달 전 건강을 회복했다. 하나님의 은혜다.
첫 선교모임을 하기 몇주 전 목사님께 연락이 왔다. 작년 선교때 어떤 것을 준비했는지, 선교준비에 무엇이 필요할지 이것저것 물어보셨다. 단번에 이번 선교에 무엇인가 직책을 맡기시려는 분위기를 감지했다. 그래서 미리 목사님께 이번 선교는 리더 등으로 섬기지 않는 친구들에게 기회를 주면 좋겠다라고 제안드렸다. 물론 그 제안에 답을 받진 못했다.
그리고 찾아온 첫 선교모임. 싸했던 예상은 정확했다. 목사님이 선교단 대표로 나를 추대(?)했다. 그러면서 함께 일할 임원진을 꾸렸다. 예상은 했어서 덜 당황스러울 줄 알았는데, 막상 예상한 상황을 맞닥드리니 부담이 되었다. 목사님 기대도 있고, 팀원들의 응원도 있어 대표로 선교팀을 섬기기로 했다. 그러면서 올해도 선교를 위해 기도하고 준비하며 선교지를 방문한다는 생각에 설램도 가득했다.
작년 볼리비아 선교와는 다른 점이 많다. 선교팀 구성원과 인원이 다르다. 환승이 아닌 직항이다. 그리고 VBS 등을 하지 않아 짐이 적다. 선교지까지 이동하는데 우여곡절이 많았던 작년과는 달리, 챙겨야 할 인원도 적고, 짐도 적고, 환승지에서 짐을 분실할까 걱정할 일이 없었다.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그러나 어느순간 몸은 편안한데 맘은 편치 않았다. 이상하게 선교를 떠나기 몇일 전부터 불평불만이 생겼다. 회사업무, 교회봉사, 선교준비 등으로 잠을 못이루는 날이 많았다. 떠나기 전날에도 한두시간 정도 밖에 잠을 자지 못했다. 싸여온 피로와 자잘하게 오는 스트레스로 인해 생긴 여유없음이 그 원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소에 이것을 잘 해소하곤 했는데, 그게 잘 되지 않았다.
선교를 떠나기 전 사탄이 주는 시험인지, 하나님께서 주시는 고난인지 분별할 수 없었다. 체력적인 부담도 있었지만, 영적싸움이 분명했다. 이런 불편한 마음을 끌고 선교지로 향했다. 대표로서 얻은 부담감의 모양이였을까 알 수 없다. 이런 나의 상태를 팀원들이 알까 두려웠다. 나로 인해 분위기가 싸해지며 선교일정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
그런 마음을 꽁꽁 숨긴채 비행기에 탑승했다. 몸이 피곤해서였을까, 생각이 많아서였을까 자리에 앉자마지 피로가 몰려왔고 생각에 잠겼다.
'10여일간의 선교일정 잘 다녀올수 있겠지? 잘 버틸 수 있겠지?' 하는 생각과 더불어 '내가 내 휴가를 희생하면서 선교에 왔을까?' 하는 등의 생각으로 가득찼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금새 잠에 들어버렸다. 하나님께서 너무 많은 생각을 하는 내게 '이제 그만 생각하고, 좀 쉬어라'라고 말씀하신 것 같았다. 그래서 그런지 그 어느떄보다 집에서보다도 더 편안하게 잠에 들었다.
그나저나 배낭족때는 비행기 뿐 아니라 머리만 다으면 어디서든 잠이 잘 들었는데.. 삶이 많이 바뀌긴 한 모양이다. 하긴 그당시엔 지금만큼 걱정이 없었다.
작년에도 생각했던 문제를 이번에도 고민한다. 삶의 고뇌와 고민도 여행지에 버리고 온다는 배낭족들의 말. 작년에 볼리비아에 많은 것을 두고왔는데, 두고온 만큼 또 다른 고뇌와 고민들이 싸인 모양이다.
작은 것에 감사하던 배낭족 시절의 순수함은 어디로 갔을까? 그때의 여유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답은 알고 있다. 책임질 것이 많아진 만큼 생각도 많아지고, 내 맘같지 않음에 불만도 불평도 많아진 것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할 것이 참 많은데 말이다.
'하나님 내 생각을 내려두고, 당신이 이미 계획하고 완성한 역사를 바라보길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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