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바수 폭포와의 짦은 만남을 뒤로 하고 다시 먼길을 떠났다. 우선 밤새 추위와 허기짐 속에 없던 체력을 하바수 폭포에서의 짧은 만남사이 다 소비해버려 마을까지 갈 힘이 있을지 의문이였다. 그러나 어쩌겠나 마을까지 가려면 걸어갈 수 밖에 없는데.. 그렇게 없는 힘을 끌어 내어, 마을로 이동을 했다. 마을로 이동하면서 전날 보지 못한 아름다운 경관이 있었지만 이미 방전된 체력으로 그 어떤 광경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렇게 마을로 도착을 했다. 어제 들렸던 마트 앞에 여행객들을 위한 식당이 있었다, 그러나 가격이 그렇게 착하지 않은 탓에 우리는 다시 마트로 눈을 돌렸다. 컵라면을 비롯한 먹거리들을 구입해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체력을 충전했다. 평소에 라면을 즐겨하지 않는데, 춥고 배고프다보니 뜨끈한 국물이 있는 라면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그렇게 배를 든든하게 한뒤 잠시 쉼을 가졌다. 이 마을 자체게 워낙 통신이 잡히지 않는 곳인데, 다행히도 여행객들을 위해 와이파이를 제공하고 있던것이다. 속도가 그렇게 빠르지는 않았지만, 생존소식을 지인들에게 전하기에는 충분한 속도였다. 그렇게 지인들에게 생존보고를 하고 다시 길을 나섰다.
다시 길을 나서는데, 일행들과 잠시 의견 충돌이 있었다. 헬기를 타고 돌아가느냐, 아니면 걸어서 다시 돌아가느냐 하는 논쟁이였다. 헬기는 매일 제공이 되지 않는데, 마침 우리가 돌아가는 날 헬기가 운영을 하고 있었다. 헬기장에 도착을 하니 인당 75$이라고 안내문이 적혀있었다. 생각만큼 비싸지는 않았지만, 헬기를 타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여행객들은 정말 많았다. 대충 확인을 해보니 오후 3시가 되어야 헬기를 탈 수 있다고 확인을 했다. 3시면 걸어서 돌아가기에 충분한 시간이였다. 일행들은 헬기를 타고 가고 싶었으나, 타려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내가 걸어가기를 원해서 내 의견을 존중해주었다. 당시에 여기서 왠지 걸어서 돌아가지 않으면 뭔가 진거 같고, 중간에 포기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이 결정이 그렇게 좋은 선택은 아니였다. 내가 메고 있는 가방도 트래킹을 위한 배낭도 아니였고, 신발 역시 트래킹화가 아닌 일반 운동화 였기 때문에 돌아가는 내내 어깨통증과 발바닥에 통증을 가지고 걸었다. 포복도 절반이상으로 줄어 그만큼 속도가 나지 않았기에, 내려올때는 누구보다 먼저 내려왔지만, 돌아갈때는 누구보다 늦게 돌아가게 된것이다. 그래서 앞서가는 일행들에게 굉장히 미안했다. 하늘에 날아다니는 헬기를 볼때 처음은 반가워서 손을 흔들곤 했는데, 나중엔 짜증이 몰려와 헬기 소리만 들어도 승질이 났다.
더욱이 돌아가는데 물이 거의 없는 상태였고, 물은 아끼는 상황에서 목마름을 어찌 해결할까 하는데 몇일 전에 내린 눈이 눈에 들어왔다. 그늘진 곳에 눈이 그대로 남아있던 것이다. 중간중간 목이 마르면 이 눈으로 살짝 목을 축이는데, 가뭄에 단비가 내리는 그렇게 시원할 수 없었다. 눈이 없었다면 돌아가는데 시간이 더 소요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도 중간에 낙오 없이 근 5시간 만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쓸데없는 아집과 고집 그리고 자존심으로 인고의 시간을 지나 도착한 것이다. 물론 뿌듯함도 있었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였다. 돌아와서 생각해보니 헬기를 예약해두고, 언제 또 올지 모르는 곳이기에 구경하지 못했던 폭포들이나 구경 하고 헬기를 타고 돌아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한번 더 곱씹어서 이성적으로 생각해볼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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