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3시 이제 라파즈에서 애틀란타로 돌아가는 시간. 늦은 사람없이 제 시간에 모두 모였다. 몇몇 단원들이 전날 볼리비아에서의 마지막 밤을 그냥 보내기 아쉬워 하던 단원들이 있었고, 재미나게 시간을 보낸것 같은데 다행히 늦이 않게 모였다. 다들 프로다.
애틀란타로 돌아가는 것도, 라파즈로 왔을때 처럼. 두번의 환승을 하고 돌아가는 일정이다. 라파즈-산타크루즈, 산타크루즈-마이애미, 마이애미-애틀란타. 이미 라파즈로 왔을때도 동일한 루트로 이동했어서 버겁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이 루트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을 하니 끔찍했다. 체력이 예전같지 않은 탓이겠지.. 배낭족땐 어떻게 이런 노선을 버텼나 싶다.
애틀란타로 돌아가는 길. 역시나 잠이 잘 오지 않았다. 그래서 눈을 감고 시간을 보냈다. 비행기 엔진 소음이 내 귀를 타고 들어왔다. 그 소음과 더불어 많고 많은 잡념들이 머리속에 들어왔다. 여러 생각들로 더 잠을 청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천천히 쓸모없는 생각들을 하나하나 정리해 나갔다.
그러고나니 머리속에 볼리비아에서의 추억과 은혜들만 남았다. '좋았다'라는 단어로 내 마음과 감격을 표현하기에는 부족할 정말 귀한 시간이였다. 하나님께서 주신 사명을 품고 진정으로 볼리비아를 사랑하는 선교사님, 상황이나 환경을 따지지 않고 순수하게 하나님께 예배올려드리는 볼리비아 신앙의 가족들, 사역지에 먼저와서 우리를 기다려주신 하나님, 그리고 당신의 방법대로, 여러가지 모습으로 우리에게 큰 은혜를 부어주신 성령님 등 여러모습과 다양한 상황속에서 우리가 필요한 것을 보여주셨다.
어느날 선교사님과 대화 중에
'우리 하나님은 정말로 좋으신 분이셔, 어떻게 하면 우리를 이롭게 할까, 좋은 것을 주실까 생각하시는 분이야‘
라며 삶 속에 경험한 하나님을 소개해주셨다. 그런데 이번 단기선교 일정에 경험한 하나님이 딱 그런 분이셨다. 나만의 고백이 아닐것이다.
많은 은혜가 볼리비아땅에서 있었지만, 정말 은혜가 되고 감격이자 감사했던 것은 20명의 볼리비아 단원들이다. 대학생 시절, 방학때마다, 단기선교, 해외봉사 등으로 여러나라를 찾아 사역하곤 했는데, 그때마다 팀원들간의 갈등이 매번 있었다. 교수님의 방침이 마음에 안든다는 둥, 음식이 맘에 들지 않는다는 둥, 이건 내 일이 아니라든 둥 돌아보면 별거아닌 것으로 험담을 하고, 사소한 것으로 다툼이 있었고, 서로서로 일을 미루려고 하는 등 문제들이 꼭 하나씩 있었는데 이번 일정에서는 그런 일들이 전혀 없었다.
단원들이 불만이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무래도 20명의 단원들이 각자 성장해온 환경도 다르고, 생각도 다르기때문에 분명 부딛칠 일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감사한 것은 불편한 상황들을 각자 서로를 배려하면서, 너그럽게 이해하면서 상황을 넘어갔다는 것이다.
아침일찍일어나 단원들을 위해 조용히 아침준비를 하고, 아파서 숙소에 쉬고 있는 와중에 단원들을 위해 숙소 청소를 하며,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뒤에 빠지지 않고 적극적으로 모든일에 참여하고, 낯선황경에 적응하지 못해 아파하는 친구들을 서로 독려해가며 이겨내고자 한 모습 등 20명의 볼리비아 단원들이 10여일간 볼리비아에서 보여준 모습은 내겐 감격이였고 감사였다.
돌아보면 대학생시절의 멤버들은 아무래도 지금보다는 미성숙했던 시절이였으니까 그럴수 있었겠다 생각도 들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인이 되어서도 자기의견만 중요하다하고 자존심을 내세우는 사람들이 있으니, 이번 멤버들은 정말 훌륭하다. 이보다 멋진 단원들을 이전에도 만난적이 없었고, 이후에도 없을 것 같다. 이런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주신 하나님은 정말 멋진분이다.
솔직히 선교 전에는 우려가 있었다. 과거의 단기선교와 해외봉사 경험에서 만났던 마찰과 불화가 기억나서였다. 그러나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어쩌면 하나님께서 선교를 준비할 때부터 우리의 모두의 필요를 아시고, 우리에게 이로운 단원들로 구성하게 해주시고, 우리에게 좋은 단원들을 만나게 해주신 것 아닐까.
애틀란타로 돌아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두번의 환승은 그렇다고 쳐도, 마이애미에서 입국심사대기로 이렇게 오래 기다리게 될줄 몰랐다. 마이애미는 애틀란타와 다르게 시민권자와 영주권자/외국인을 구분해 입국심사를 했다.애틀란타는 시민권자/영주권자와 외국인을 구분해 입국 심사를 한다. 그래서 영주권자도 수속이 빠르게 진행되는데, 이곳은 영주권자도 외국인과 동일한 줄에 서야했다. 더욱이 하필 우리가 도착한 시간대에 많은 비행기가 도착에 심사대기줄이 정말 길었다.
다들 마이애미 공항에서 공항라운지에서 쉬거나, 모처럼 군것질을 할 생각에 다들 들떠있었는데,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수화물도 찾고 보내는 수속도 해야하는데, 대기줄을 보아하니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다행히 시민권자인 친구들은 영주권자인 단원들보다 먼저 입국했다. 그들은 우리를 기다렸다간 비행기를 놓칠것 같아, 먼저 수속해야 할 짐들을 보내주었다. 정말 배려가 넘치고 센스넘치는 단원들이다.
그리고 감사한 분들이 또 있다. 바로 섬기는 교회 청년부 친구들이다. 평일 늦은밤 우리가 애틀란타에 도착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마중나와 귀국을 환영해주고 라이드를 해준 친구들이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정말 많은 청년들이 우리들을 마중나오고 싶었지만, 직장, 학업 등의 이유로 나오지 못했다고 한다. 정말 마음들이 귀하다. 정말 소중한 공동체다.
사랑이 넘치는 공동체에 내가 속하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이 또한 하나님의 섭리와 이끄심으로 이곳에 오지 않았을까. 매번 하나님의 사랑을 받고 배운다. 영적으로 방황하던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하나님은 이 사랑을 끊임없이 보내주셨다. 그런데 최근에야 그것을 깨달았고, 내게 꼭 필요하고 이롭고 좋은 공동체를 만나게 해주셨다.
..'정말로 하나님은 좋으신 분이다. 어떻게 하면 우리를 이롭게 할까, 좋은 것을 주실까 생각하시는 분이시다.'
하나님은 내가 무엇을 봐야하고, 어떤 경험이 필요한지, 지금 내게 무엇이 중요한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사랑과 은혜를 발견했다. 나는 볼리비아에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러 왔는데, 하나님은 오히려 나를 이곳에 불러 위로하며 더 큰 사랑을 주셨다.
볼리비아 선교를 통해 나는 미국에서 처음으로 마음을 열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평소에도 친하게 지내고 알던 공동체 가족이였지만, 어려운면이 있었다. 그래서 단원들에게 실수 하지 않을까 조심스러웠고 그때마다 어색했다. 그러나 단원들은 내게 더 다가와주었고, 위로하며 격려해주었다. 지금은 다들 현실의 삶을 살고 있겠지만, 언제든지 서로를 위해 달려와주고 중보해줄수 있는 잊지못할 친구들을 만나 감사하다.
이 글을 끝으로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너무 고맙습니다. 매우 감사합니다. 정말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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