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사역을 하고 하루가 지났다. 여러마음과 생각이 가득한 채 하루를 시작했다. 어제 하나님께서 보여주신 신유/치유의 역사의 놀라움과 또 그것을 의심한 나의 신앙. 과연 오늘은 또 어떠한 은혜를 내게 부어주실까. 그 은혜를 온전히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과 더불어 하루를 시작했다.
아직은 이른 아침시간. 모두 피로감에 자고 있었다. 아침 잠이 없는 나는 운동화를 챙기고 밖으로 나갔다. 라파즈에서 달리기를 한번 해보고 싶어서다. 그 이유가 공기중에 산소가 부족한 지역이니 내 폐활량을 확인해보고 싶었다. 요즘 달리기를 소홀히 해서 예전같지는 않을 텐데 그래도 도전해보고 싶었다.
확실히 고산지역이다보니 달리는데, 숨쉬기가 쉽지는 않았다. 달리다보면 숨고르기가 어느 시점에 터지는 지점이 있는데, 이곳에서는 그런 단계를 맞이하기도 전에 숨이 거칠어졌다.공기 중에 산소가 부족해서일것이다. 그리고 이곳이 워낙 언덕이 많아 그로인한 어려움도 있었다. 달리기는 즐거웠지만, 적응하려면 꽤나 시간이 필요한 동네다.
오늘 사역 나가는 교회는 만나교회다. 오사라-박수훈 선교사님이 볼리비아 선교사역을 시작하고, 처음 교회를 세우신 교회라고 한다. 선교지에서 개척하는 교회들이 다양한 이유로 문을 닫는 경우가 많고, 유지되기가 쉽지 않은데, 이 교회는 세워진 2004년 이후 지금까지 유지가 되고 있고, 3층건물의 예배당과 어린 아이들을 위한 교실들이 여럿있는 교회로 성장했다.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다.
오늘의 사역도 어제 사역과 동일하게 진행되었다. 현지 교회 분들의 찬양인도로 그 행사가 시작되었고, 이어서 우리 단원들이 준비한 특송, 무언극, 워십댄스, 간증 등을 하고 기도회로 마무리 했다.
오늘의 기도회 시간은 은혜가 되었다. 이번 단기선교 기간 중 내가 맡은 일 중 하나는 사진 담당이다. 행사의 순간순간을 기록하는 임무다. 그래서 기도회 시간이나 각종 행사시에 온전히 참여치 못하고 집중하지 못하는 것을 우려했다. 대학시절에도 학보사(학교신문사)에서 활동을 했었다. 그때도 신앙수련회때 사진촬영을 이유로 온전히 예배에 집중하지 못했던 적이 있기에 조금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이날은 기도하는 사진을 찍는데 하염없이 눈물이 났다. 어린 아이부터 어르신들이 간절히 기도하는 모습과, 그들을 위해 기도하는 선교사님과 우리 단원들의 소리를 듣는데, 기도를 안할 수 없었다. 하나님은 내게 사진찍는 것 보다 기도하는 것을 원하셨던 것 같다. 순순하게 하나님을 찾는 볼리비아인들, 처음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위해 진정성있게 기도하는 우리 단원들, 그리고 그들과 우리를 위해 중보하며 기도하는 선교사님을 보니 이 자체가 은혜가 되었다. 기도를 할수 밖에 없었다.
사진 찍는 일은 본질이 아니다. 그저 이런 행사를 했다는 기록만 남기면 된다. 본질은 그들을 행한 사랑과 은혜를 나누는 시간이다. 그래서 나도 잠시 카메라를 내려두고 그들과 함께 기도했다. 그간 하나님께 기도하는 것보다 우선할 수 없는데 괜히 핑계를 대며 그 시간을 애써 외면해온 것은 아닌지 돌아보며 회개했다. 하나님은 내게 삶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를 꼬집어 주신 시간이였다.
한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기도하고, 갓난아이의 손가락을 잡고 기도했다. 언어는 통하지 않았지만, 하나님 안에서 한 가족인 우리는 서로를 위한 애정과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였다. 지나가는 인연일지 모를 우리 사이지만, 성령님의 인도하에 우리는 하나가 되었고, 그 은혜의 감사로 하염없이 눈물이 났다.
기도회를 마치고 오전 일정을 마무리 했다. 점심식사를 한뒤 우리는 오후 활동을 준비했다. 우선 아이들에게 나누어 줄 풍선을 만들고, 선물로 줄 간식을 포장했다. 그리고 더불어 VBS와 체육활동을 위해 준비물들을 챙기며 사전 점검을 했다. 어제와는 달리 아이들이 많이 참석을 해 모두가 조금 더 신경 쓰며 준비했다.
어린 친구들은 크래프트 활동을 하러 각 교실로 이동했고, 고학년 아이들을 교회 내 마당에 모여 체육활동을 했다. 풍선 이어달리기, 림보, 단체 줄넘기 등을 준비했지만, 일부 어린 아이들만 즐거워 할뿐, 대다수의 아이들은 그저그런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나 한 자매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하자고 제안했다.
어제의 경우 인원이 적어 안전사고 없이 잘 마무리 했지만, 오늘은 거의 백여명의 가까운 아이들이 모였기에 안전사고가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활동시간은 많이 남았고, 마땅히 대안이 없어 자매가 제안한 놀이를 하기로 했다. 아이들이 워낙 많아 진행이 될지 걱정이 되었으나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아이들이 그 어떤활동보다 즐거워했다. 너무나도 신나했다. 흥미로웠다. 오징어게임의 영향이였을까? 실제로 오징어게임에서 이 놀이를 보고. 직접 이 놀이를 처음 접한 아이들이 대부분이였을것이다. 그래서 그랬을까? 아이들이 재미있어 했다. 인상적이였던 것은 다들 다치지 않기 위해 서로 배려하며 움직이고 있다는것이다. 이미 이 환경에 커온 아이들이라 호흡에 문제도 없었을 것이고, 안전사고가 생기지 않게끔 적당한 움직임으로 최대한의 즐거움을 누리고 있는 아이들로부터 뭔가 모르게 사랑과 화합을 보았달까. 이 또한 하나님의 은혜와 섭리가 아닐까. 오늘도 그분의 신묘하신 계획에 놀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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