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교회 사역을 시작하는 날이다. 방문할 교회의 이름은 임마누엘 교회. 박수훈-오사라 선교사님이 볼리비아에서 사역을 하면서 3번째로 세우신 교회다. 임마누엘 교회는 라파즈보다 고도가 높은 엘 알토(EL ALTO)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라파즈의 고도는 3,500m인데 반해 엘알토 지역은 4,000m를 넘어간다. 500m나 고도가 더 높다보니 그만큼 공기 중에 산소 농도가 더 희박한 곳이다.
아무래도 고산 환경에 적응 중인 우리로서는 도전이 되는 지역이다. 더불어 이번 단기선교 첫 교회사역을 하는 곳이다보니 조금 긴장이 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는 마음이 공존했다. 임마누엘 교회에 딱 들어서는 순간 무엇인가 모르게 따뜻함이 느껴졌다. 첫 사역에 대한 긴장때문이였을까, 아니면 교회 성도분들의 환대때문이였을까 흔하디 흔한 선교지의 작은 교회인데, 뭔가 특별함이 느껴졌다.
우선 우리 단원들이 온다고 하여, 성도분들이 우리 사진이 들어있는 환영 플랜카드을 만들어 우리를 맞이 했다. 예배당 기둥에도 우리를 환영한다고 꾸민 흔적이 보였다. 그렇게 세련되고 화려하게 꾸미며 우리를 환영 한것은 아니지만 뭔가 우리를 맞이하기 위해 준비한 그들의 손길을 생각하니 뭉클하면서도 감사함이 느껴졌다.
임마누엘 교회 사역은 현지교회 사역자분들의 찬양인도를 시작으로 간증, 워십댄스 ,무언극, 특송, 기도회, VBS, 체육활동 등의 행사를 진행했다.
낯선자연환경에 여전히 적응중에 있었고, 준비도 미흡했기에 모두가 조금은 떨리는 마음으로 임했으나, 이날 사역은 하나님께서 살아계시고, 성령님의 역사가 강하게 임재하심을 경험한 날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기도회때 기도를 받고 성령님의 치유의 역사를 경험한 두분의 이야기다. 고령으로 인해 시력이 점차 안좋아지다 3년전 시력을 잃고, 어두운 세상만 바라보시던 할머님이, 기도회 중 안수기도를 받고 돌아가시던 중, 세상의 색이 구분이 된다며, 기쁜마음과 감사한 마음이 담긴 눈물과 더불어 다시금 교회로 돌아와 하나님을 찬양했다.
그리고 극심한 두통으로 고생하시던 한 어머님이 계셨다. 남편은 가족들을 버리고 떠나갔고, 어린 아이 둘을 키우던 어머님은 두통이 심해 병원을 찾았었는데, 3년 시한부 선고를 받았었다고 한다. 자기가 질병으로 인해 힘든 상황이고 혹시 모를 사후에 아이들이 걱정된다며 이 상황을 극복하고자 하나님께 찾아와 기도했다. 그런데 이날 기도를 받고 돌아가는 길에 머리가 뜨거워지면서 시원해지더니 아픔이 싹 가라졌다고 고백하며 교회를 다시 찾아와 하나님을 경배했다.
또한 이날 초신자들의 권고로 처음 교회에 나오신 분들이 많았는데, 이들 모두 하나님을 영접하는 시간도 가졌다. 이 모든 일들이 하나님의 구원과 신유의 역사가 능력으로 나타남을 눈으로 목도한 특별한 날이다.
처음에 이 사건들을 보았을때, 순간 의심 했다. '설마. 거짓이 아닐까.' 생각하며 의심했다. 그 이유가 이곳에 이분들 말고도 시력이 안좋은 분들도 있고, 다른 질병으로 힘들어 하는 이웃들도 있었다. 그런데 그분들에게는 하나님의 신유의 역사가 치료의 역사가 나타나지 않았다. 어찌보면 평생을 하나님을 위해 일하신 분도 있고 한데, 그분에겐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뭔가 공평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어리석은 생각이였다. 하나님은 그들의 간절함을 보셨던것 같다. 간절하게 정당하게 기도하는 그들에게 성령님께서 그들에게 자신을 보여주신 것 아닐까. '순간 다른 분들은 왜?'라고 생각한 내 마음에 찔림과 아픔, 깨달음을 주셨다.
사실 올 한해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달란트가 많으심에도 불구하고, 주시지 않은 것에 집착하며 매몰되어 있었고 하나님을 원망했다. 그러면서 하나님이 계셔야 할 곳에 나 자신을 두며, 그것을 비워내지 못했다. 내 힘으로 무엇이든 해결하려 했다. 나는 그들처럼 순수하게 하나님께 찾아와 의지하지 못하고 원망했을까? 부끄러워졌다. 울컥했다. 한 구석에서 온전히 하나님을 의지하지 못한 나를 하나님께 올려드리고 철저하게 반성하고 회개했다.
하나님은 그분의 방식대로 이미 우리를 사랑하고 계시고, 우리의 필요를 이미 알고 계셨으며, 그분의 방법대로 이곳에 모인 각각의 사람들의 마음에 다르게 역사하셨다. 왜 나는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보고도 믿지 못하고, 의심을 했을까. 말로만 하나님을 사랑한다고, 신뢰한다고 고백했지만, 마음깊숙한 곳에서는 그러지 못했던것은 아닐까.
돌아보면 교회를 들어서는 순간부터 무엇인가 특별하고 따뜻함이 느껴졌는데, 이미 성령님이 이곳에 와 계셔서 우리를 기다리고 계시던것은 아니였을까 싶다. 이 신유의 기적이 있어서 이야기 하는게 아니다. 치유의 기적을 목도해서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다. 늘 드리던 예배였고, 늘 하던 기도회였고, 여름이 되면 하던 VBS와 체육활동이였는데, 뭔가 더 집중이 되고 은혜가 되고 찔림이 있던 감동이 있는 시간이였다. 괜히 알 수 없는 눈물이 계속 흐르던 시간이였다.
애틀란타에서 예배를 드릴때 마음이 생각나 회개하기도 했다. 애틀란타에서의 예배는 모든 것이 완벽하게 준비가 되어야 예배가 된다고 생각했다. 화려한 조명과, 합이 잘맞는 세션, 소리를 보정할 수 있는 음향 등이 바로 그것들이다. 이것이 모두 눈에 보기 좋아야 하고, 귀에 듣기 좋아야 예배드리는데 집중이 잘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곳은 그런거 하나 없었다. 화려한 조명은 커녕, 벽돌 사이에 새어 들어오는 햇빛, 알 수 없는 합을 맞추는 세션, 그 묘한 음정을 보정할수도 없었다. 교회 바닥은 시멘트 바닥이였고, 다른 환경들 모두 내가 살았던, 그리고 살고 있는 그곳과 비교했을때 형편 없었다. 그러나 이곳은 하나님을 향한 뜨거운 사랑과 예배를 드리고자 하는 열정, 순수한 마음이 이곳에 가득했다.
내가 그동안 예배를 생각했을때, 너무나도 비본질에 집착한 것은 아니였는지 돌아본다. 예배의 본질이 다른것이 아니라 하나님꼐 예배드리고자 하는 마음가짐이 우선인데, 엉뚱한 것에 집착을 한것을 아니였을까? 하나님보다 화려한 조명, 음향, 환경 등을 더 우선시 했을까? 왜 이런 비본질에 집착했을까? 하나님만으로 만족하지 못했던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다. 어디 숨고싶었다.
하나님은 내가 무엇을 봐야하고, 경험이 필요했는지, 지금 내게 무엇이 중요한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예상하지 못한 시간선에서 그분의 사랑과 은혜를 발견했다. 내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고, 치료되는 변화를 볼 수 있었다. 볼리비아를 오기 전 이곳에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러 간다.' 라는 교만하며 이기적은 생각을 했다. 그러나 하나님은 이곳에 불러 위로하며 더 큰 사랑을 주셨다. 그렇게 화평함이 찾아왔다. 하나님은 내가 잃었던, 애써 잊고 있었던 하나님을 신뢰하는 삶을 회복시켜 주셨고, 그렇게 나 자신을 찾을 수 있었다. 주님과 멀어졌다고 생각했는데, 그는 언제나 나를 기다리고 계셨던 것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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