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이제 뭐 하지?(정찬영 저)' 이 책을 붙잡고 있는지도 몇년이 되었다. 세계일주 귀국 후 바로 구입한 책이거늘, 취업준비한다고 미루고, 미국와서 정착을 한다며 미루다 이제서야 완독을 했다. 불과 213페이지짜리밖에 안되는 작은책인데도 말이다. 그만큼 책을 가까이 하지 않는 내가 다시금 부끄러워진다.
그렇다고 읽기를 시도 안했던 것은 아니다. 나도 세계일주를 다녀와서 그런지, 달타냥님(저자의 필명)이 책에 담아 놓은 글귀 하나하나가 내 삶과 비슷해서 였을까. 그의 말을 조언이라고 듣지 않고, 잔소리로 들어서였을까. 그래서 읽기를 거부하고 도피한 것은 아닌지 돌아본다. 도망을 치다니..한심하다.
달타냥님은 내가 세계일주를 준비할때 도움을 준 분이다.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은 아니고, 한명이 독자로서 그를 안다. 그가 여행을 다녀온 후에 기록한 '세계일주 카우치서핑부터 워킹홀리데이까지(정찬영 저)'라는 책은 내가 여행을 준비하는 데 있어서 큰 도움이 되었다.
그 책을 읽을 당시 팬팔을 하고 있었는데, 늘어나지 않는 친구들로 인해 그만둘까 생각을 하다, 그의 책을 읽고 다시금 팬팔 친구들을 사귀었다. 덕분에 세계일주를 할때 나도 그와 같이 여행을 다니며, 그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고, 덕분에 그들로부터 친절과 사랑을 많이 받았다.
그리고 카우치서핑. 성별이 남성인 여행객에게는 정말 구하기 어렵다는 편견이 있는 앱으로 알고 있었다. 물론 나도 순수한 마음으로 많이 시도했지만, 남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거절당하거나 무시당하기 일수였다. 저자가 책에서 소개를 하여 나도 여러번 시도해봤지만, 단지 한번만 카우치 서핑 인연이 닿았다. 물론 저자만큼 많이 시도하지도 않았지만..
워킹홀리데이. 여행을 마칠즈음 여행을 다녀온 돈을 좀 보완해보자는 마음에 워킹홀리데이를 할까 잠시 마음을 먹었다. 그래서 뉴질랜드를 지원했다. 당시 브라질에 있었는데, 선착순 마감이기에 느린 인터넷 망으로 고배를 마셨다. 그럼 차선으로 호주로 가면 되었는데, 당시 무슨 생각이였는지 호주로는 가기 싫다는 심보가 있었다. 남들이 쉽게 간다는 이유였다. 마지막 기회였는데도 말이다. 삶에서 후회되는 대목 중 하나다.
이만큼 그의 이전의 책에서 내 여행에, 삶에 영향을 많이 끼쳤다. 감사하다. 그리고 돌아온 뒤 다시 만난 그의 책 '그래서 이제 뭐하지?' 책 제목부터 내 마음 속을 들킨 것 같았다. 부끄러웠다고 해야 할까. 그래도 마음을 가다듬고 읽어보고자 했는데, Part 1의 목차부터 책을 읽기에 버겁게 해주었다. 나이든 취준생이 아직도 현실을 자각하지 못하고 여행에 대한 미련을 가져서 였을까. 읽으려 노력했으나 완독하는데 정말 버거웠다. 여행을 준비할때는 도움이였는데, 이번엔 내가 그의 도움을 뿌리친 셈이다.
그렇게 1년 아니 1년 하고 반정도 지나 지금 미국에 와있다. 여행은 아니고, 감사하게도 미국에서 일할 기회가 되어 이곳에 와있다. 외국인 노동자로서 삶이 그렇게 쉽지는 않지만 아둥바둥 살아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미국경제가 많이 침체되어 자연스럽게 일거리가 많이 줄었다. 덕분에 시간이 많아져 이것저것 정리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 다시 만난 이 책.
'그래서 이제 뭐하지?' 다시 이 책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그래서 너 이제 뭐할꺼야?'라고 물어보는 것 같았다. 그 질문에 이번에는 피하지 않고 답을 해줘야 할 것 같아서 그의 손짓에 다가갔다.
이 책은 그가 529일간 세계일주를 하며 보고 듣고 체험한 것을, 여행 떠나기 전후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었다. 그의 삶이 나와 같다고는 할 수 없지만, 세계일주를 다녀온 사람으로서 공감되는 이야기들이 많이 담겨있다.
그가 취업을 준비할때 세계일주가 특별한 경력이 될 줄 알았는데, 회사에서는 그저 이 지원자를 '또 다시 모든 것을 놔두고 떠나버리지 않을까'로 바라본다는 냉정한 현실에 공감했다.
그는 책에서 '그 많은 여행자들은 무얼 하고 있나?'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여행을 마친 후 평범하게 취업한 사람, 자신이 경험한 여행 컨텐츠를 활용해 살아가는 사람, 그리고 세계일주를 다녀왔다는 특별함으로 인해 일상으로 돌아오기를 거부하고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사람 세 부류로 구분했다.
내 주변을 돌아봐도, 두번째의 경우는 그의 말대로 정말 극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 평범하게 취업 준비를 하여 직장을 다니거나, 여행 전 다니던 업종에 재 취업을 하여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물론 여전히 방황하는 사람들도 있고 말이다. 그런데 다시 일을 하는 이들도 그런 특별함이 마음 한켠에 남아 있어, 회사에서 피곤한 일이 생기면 다시 '배낭 멜까?'라고 하곤 한다. 하지만 이제는 삶은 현실이기에 그렇게는 못하는 것 같지만..말이다.
책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세계일주를 다녀온 동네 형이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는 이야기"로 풀어가고 있다. 그래서 여행을 다녀오지 않은 사람이든, 나 처럼 여행을 다녀온 사람에게, '출퇴근을 하는 삶, 너무 재미었는 인생이라고 생각했던 그런 삶이 사실은 가장 기본이 되고 우리 삶을 지탱해 주는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삶이 있어야 여행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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