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 중 세번째 화산 등반 브로모(Bromo) 화산 |
● Mt Bromo
▶ Podokoyo, Tosari, Pasuruan, East Java
▶ http://www.vsi.esdm.go.id/
▶ Elevation : 2,329 m
▶ Last eruption : 2016
▶ Prominence : 586 m
▶ Entry Fee : 220,000IDR
화산의 찬공기에 나도 모르게 눈을 떴다. 창밖을 보니 벌써 해가 떴는지 밝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해뜨기 전에 일어나 산에 올라가 일출을 보려 했는데, 지금 출발을 하더라도 늦은 상황이다. 그래서 그냥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리다가 자야지 하고 누웠다. 그런데 잠이 오지 않았다. 사진정리나 할까 싶어 컴퓨터를 꺼냈는데, 그새 귀찮아져서 다시 컴퓨터를 가방안에 쑤셔넣었다.
조금 쌀쌀하기도 하고, 잠을 많이 못자서 온 머리의 무거움으로 찌뿌둥 했다. 잠도 안오고 하여 일단 씻고보자는 생각에 화장실로 이동했다. 밤새 밤공기에 물이 식었는지 어제와는 다르게 얼음장이다. 이대로 샤워를 했다가는 감기에 걸릴것 같아, 세수와 머리만 감고 나왔다. 한겨울날 찬물로 머리를 감고 몸의 열기로 인해 머리에 김이 나는 듯한 느낌이다. (한국 겨울 만큼 춥지는 않지만..)
세수와 머리를 감고 나니 시간이 0630시 더 쉴까 하다 간단하게 짐을 싸고 산으로 이동을 헀다. 뭔가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낮에 이동을 할까도 생각이 들었지만, 낮에 이동하면 아무래도 더운 열기와 뜨거운 태양빛으로 더위와 사투를 벌일 것 같아, 조금 몸의 피로가 들 풀렸음에도 아침에 다녀오고 체크아웃 하는게 덜 고생하겠다 싶어서 길을 나섰다. 의도한 것은 아니였는데, 몸이 더위가 더 이상 싫었는지 뇌를 거치지 않고 행동을 했다.
걸어서 화산으로 이동을 하는데 마을의 온 드라이버들이 나에게 호객행위를 한다. 짚차를 타고 이동하라는 둥,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하라는 둥, 말틀 타고 이동하라는 둥 다들 아침부터 열심이다. 오늘은 운동하고 싶은 날이여서 이용하기 어렵다고 이야기를 하는데도, 한몫하고 싶은지 적극적이다. 그리고 어떨결에 도착한 입구, 표를 판매하는지 모르고 그냥 지나가다가 제지를 당했다. 티켓을 보여달라고 한다. 당연히 티켓이 있을리 만무하다. 상황파악을 했음에도 괜히 무슨 티켓을 말하는지 모른척했다. 역시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입장료를 보니 220,000IDR이다. 터구니 없이 비싸다. 현지인과 거의 10배정도 차이가 난다. 외국인 입장료가 따로 받아 관광수입을 번다는 것은 한편으로 이해가 가면서도 그럼에도 나더러 이런 정책을 하겠냐고 제안을 한다면, 절대 할 것 같지는 않다. 뭔가 불합리 하다.
그나저나 큰 문제는 내게 현금이 없다는 것. 루피아가 없어 달러로 내겠다고 이야기를 하니, 직원들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사장에게 물어보려는 모양이다. 사장님이 나를 바꿔달라고 했나보다. 상황을 이야기 하고 달러로 내겠다고 하니. 터구니 없는 환율을 제시한다. 어의가 없어서 현재환율을 체크를 하고 그런게 어딨냐고 이야기 하니 그재서야 장난이라고 농담이였다고 모르는척을 한다. 죽어도 속이랴고 한 것에 대해 미안하다고는 안한다. 뭐 어디를 가나 미안하다고는 잘 안하지만서도.. 미안하다는 말은 한국인과 일본인들만 잘 사용하는 것 같다. 평범한 외국인들은 곧 죽어도 미안하다는 말을 잘 안한다. 자존심의 문제일까 자신감이 없어보여서일까. 여튼. 한창 실랑이 끝에 내가 조금 손해를 보는 선에서 달러와 루피아를 합쳐 입장료를 내고 입장을 했다. 2불정도 더 준 꼴인데, 결과적으로 은행 인출수수료 계산을 하면 매한가지다.
그리도 다시 이동. 여전히 오토바이나 말을 타고 이동하라고 호객을 한다. 멋적게 웃음을 지으며 미안하다는 제스쳐를 보냈다. 브로모(Bromo)화산까지 이동하는데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입구에서 산 정상까지 1시간 남짓. 입구에서 조금만 내려가면 산이 보일정도로 그리 멀지 않은 거리다. 물론 니카라과 마사야(Masaya)화산은 차를 타고 올라가 시간도 오래걸리지도 않지만, 에티오피아 다나킬, 에르타 알레(Erta Ale)등반에 비하면 식은 죽 먹기다. 브로모를 오는데 까지는 내심 걱정을 조금 했다. 브로모 화산이 있는 자바섬 바로 옆의 발리의 아궁화산이 폭발했기에 연쇄적으로 화산이 폭발하지 않을까 하는 괜한 노파심이 생겨서다. 기사를 찾아보니 딱히 그런 징후도 보이지 않았고, 빌리아나와 진이 이유는 묻지말고 꼭 다녀오라고 적극 추천을 해서 오게되었다. 그나저나 트래킹을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 화산을 내가 택해 온다는 것은 내가 생각해봐도 극히 이례적이다.
브로모 화산으로 올라가는데 많은 짚차들이 떠나가고 있었다. 벌써 일출을 보고 떠나는 사람일것이다. 한참이나 사람들이 떠나간뒤 간간히 짚차들이 들어왔다. 대부분 투어를 하러 온 사람들인가 보다. 나처럼 개별적으로 방문하는 이들은 보이지 않았다. 거의 내가 유일무이 할 정도였다. 물론 자차를 끌고 온 사람들도 있었겠지만, 뚜벅이로 이동하는 사람은 나뿐이였다. 누구와 함께 이동을 했다면, 덜 심심했을텐데 폰도 이제 아이폰이 아니여서 시리랑 놀수도 없는 노릇이다.
화산에 가까이 이동을 하면 계단이 보인다. 멀리서 볼때는 계단이 그리 많아 보이지 않았는데, 막상 가까이와 올라가보니 계단의 숫자가 많았다. 힘들게 올라가고 있는데, 앞에서 갑자기 급정거 하며 쉬는 바람에 한바탕 꼬꾸라질뻔했다. 간신히 자세를 잡고 추월하며 앞의 아가씨를 쳐다보는데, 본인도 힘든나머지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는 눈치다. 그렇게 몇번을 블락을 당하고 올라가니 점점 익숙한 시큼 짭짤쌉싸름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유황냄새다. 정상에 도착한 것이다.
브로모 화산은 니카라과의 마사야(Masaya)보다는 크지는 않았다. 다만 마사야 화산은 규모로 인해 분화구 끝이 보이지 않았는데, 브로모 화산은 분화구 끝이 보였다. 분화구 바닥이 열기로 인해 녹아 안에서 흐르고 올라오고를 반복하는 모습이 연기 사이로 보였다. 마치 땅이 슬러시가 된것 같은 모습이였다. 그 보이기엔 뜨거워 보이지 않지만, 가까이 가면 정말 위험하겠다는 생각이 문뜩 들었다, 화산은 산 둘레를 돌수 있도록 산책로가 나있다. 그런데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는 안전대가 없었다. 안전대가 없는 지역을 걸을떄는 발끝이 찌릿한게 긴장이 되었다. 왠만해선 겁이 없는 나인데, 이곳만큼은 길도 좁고 미끄러워 멀리는 못가고 금새 되돌아 왔다. 잠시 숨을 고르며 화산을 구경하는데 누군가 다가와 꽃을 건낸다. 꽃에 기원을 담아 분화구로 던져보라고 한다. 물론 유료. 이런 문화는 흥미롭지만, 굳이 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아 물론 이곳에서도 하지 않았다. 중국인들은 뭐가 신났는지 잔뜩 손에 꽃을 집어 화산에 내던졌다. 화풀이 하는 것 처럼 보이기도 하고..그나저나 브로보 화산을 등반하러 오다보면 수풀이 무성한 화산을 만날 수 있다. 나도 처음에 그곳이 화산인 줄알고 가까이 이동을 했는데, 생각해보니 몇년전에 브로모 화산이 분화를 한적이 있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고한데 그새 수풀이 무성하게 자랐나 하는 의구심이 들어 지도를 보니 그곳은 브로모 화산이 아이라 Gunung Batok라는 화산이였다. 멀리서 볼때는 굉장히 작고 아담에 보였는데 막상 가까이 가니 엄청나게 높은 산이였다. 브로모 화산은 약간 넓은 전골냄비 형의 화산이라면, 이곳은 우리가 생각하는 화산모양을 꼭 뺴닯은 컵라면 용기를 뒤집어둔 듯한 모양의 산이다.
앞서 여행한 화산들도 매력이 있지만, 브로모 화산도 역시 매력이 넘치는 곳이다. 에르타 알레(Erta Ale)처럼 마그마를 볼수는 없고, 마사야(Masaya)화산 처럼 웅장한 맛은 없지만, 분화구가 한눈에 들어오고 분화구 바닥의 움직임이 보인다는 것은 그동안 만난 화산에서 보지 못한 즐거움을 주었다. 무엇보다 화산까지 등반하는데 그리 오래걸리지 않는다는 것이 큰 매력포인트!! 그런데 사진찍기는 조금 애매한 각도인 곳. 드론이 있었다면 이쁘게 나오지 않았을까 한 곳이다. 그나저나 이 산에도 곳곳에 낙서들이 많았다. 다행히도 한글로 된 낙서는 발견하지 못했는데, 어딘가 있을지 모르는 일이다. 여행객들 여행지에 그만 낙서 하자구요!! 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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