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애미에서 산타크루즈로 이동하는 비행기안. 현재 시각은 0044시. 볼리비아 에어라인 기내식을 먹고, 글을 끄적인다.
미국살이 3년하고 7개월이 넘어가서야, 해외여행을 편하게 갈 수 있게 되었다. 정신없이 미국 생활에 적응하며 살아온 내게 정말로 큰 선물이다. 한국에 가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까, 아니면 다시 배낭족이 되어볼까 하며, 나만의 시간을 가질 생각에 며칠 밤을 설레며 올해 휴가 일정을 계획했다. 하지만 지금 내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았다. 그리웠던 친구들을 만나는 것이 옳은 것일까, 아니면 여권에 새로운 스탬프를 찍는 것이 중요했던 것일까? 그런 것은 아니었다. 곰곰이 묵상해보니, 육적인 보상인 아닌, 정신적, 영적인 위로가 필요했다.
미국 곳곳을 출장 다니랴, 신앙의 가족들 챙기랴, 그리고 개인적으로 항상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돌아보면 나는 상당히 지쳐있었다. 그래서 나는 올해 휴가는 나 자신을 찾을 수 있는 곳으로 올해 휴가를 쓰기로 했다. 그렇게 여러 생각을 하다 청년부에서 볼리비아선교 광고를 했고, 흘러가는 대로 끌리는 대로 신청을 했다.
작년 한국 방문을 제외하고, 미국생활 중 해외로 여행을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목적지는 볼리비아 라파즈. 배낭족시절 이곳을 여행했기에, 볼리비아 방문은 두번째다. 볼리비아로 향해 가는 일정은 녹록치가 않다.
내가 거주한는 애틀란타에서 라파즈까지 가는 직항 노선은 없다. 애틀란타에서 포트로더데일, 마이애미, 뉴욕, 칸쿤 등으로 이동하고, 그곳에서 다시 콜롬비아 보고타, 볼리비아 산타크루즈에서 환승을 해, 라파즈까지 두번 환승을 하고 이동하는 노선이 대부분이다. 물론 애틀란타에서 리마, 리마에서 라파즈 까지 가는 한번 환승의 일정이 있으나 가격이 어마무시하다.
재정적 여유가 있다면 좀더 편한 비행일정을 계획했을텐데, 주머니 사정이 넉넉치 않은 청년들이고, 그리고 일정의 목적이 선교이다보니 최대한 경비를 아껴서 이동하는 노선을 우리는 택했다. 그래서 두번을 환승하는 일정, 애틀란타에서 마이애미, 마이매미에서 산타크루즈, 산타크루즈에서 라파즈로 이동하는 노선으로 이동 했다. 정말 머나먼 여정이다.
애틀란타에서 마이애미까지 국내선을 타고 이동할땐, 델타 항공을 타고 이동을 했다. 미국을 대표하는 항공사인 만큼, 좌석간의 공간도 넓고, 기내에서 와이파이 사용이 가능하며, 충전단자도 있어, 전자기기를 충전하며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선반에 캐리온 짐을 싣는 공간이 넉넉했다.
마이애미에서 산타크루즈로 볼리비아 에어라인을 이용해 국제선 노선을 타고 이동했다. 볼리비아 국적기임에도 불구하고, 기내 상황은 미국내 국내선 항공기보다 열악하다. 좌석간 거리도 좁고, 충전단자도 없으며, 와이파이도 제공되지 않는다. 선반내 물건을 싣는 공간도 넉넉치 못하다. 캐리온 할수 있는 캐리어도 겨우 들어가거나, 들어가지 않아 좌석밑에 두어야 했다. 심지어 팔걸이에 재털이가 있을 정도로 오래된 기종의 비행기다. 이렇게 오래된 기종의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니, 이제서야 슬슬 선교지로 떠나는 기분이 든다.
평소 생활 속에서 당연하게 느껴지던 것들이, 하나 둘 없어지면서, 조금씩 불편함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배낭족 경험이 있어서, 금새 적응은 하겠지 생각했지만, 이미 편리함에 익숙해져서 살아온 내게 조금의 불편함이 이전보다 더 크게 느껴지면서 이제 슬슬 볼리비아라는 나라에 다가가고 있음을 새삼 느낀다.
마이애미에서 체크인 할때 상황을 곰곰히 생각해 보니 배낭족 시절보다 짐을 더 많이 챙겨서 이동하고 있다. 물론 단기선교라는 목적이 있고, 장기여행이 아니라는 이유도 있지만, 내가 챙겨온 개인짐들은 너무나도 많다. 배낭족 시절엔 15-16키로 내외로 짐을 준비를 했는데, 이번엔 캐리어 하나, 배낭 하나 합쳐서 27키로다.
배낭족들 사이에선 여행객의 배낭의 무게가 그 사람의 삶의 고뇌와 미련의 무게라는 말이 있다. 그래서 여행을 하며 여행짐에서 하나 둘 필요없는 것들을 버림으로, 삶의 고뇌외 미련도 같이 버린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나도 처음 배낭족이 되어 여행을 떠날 때, 나의 짐의 무게가 30키로 가까이 되었다. 그러면서 여행하며 불필요한 것들을 버리고, 꼭 필요한 것들만 남겨두었는데, 그 무게가 15키로 였고, 더 줄이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고, 이 무게를 유지했다. 프로 배낭족들에 비하면 여전히 많은 무게의 여행짐이지만, 여행을 통해 절반이나 여행짐을 제거 하며, 삶의 고난과 고뇌도 여행길에 두고 왔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오늘 나의 여행짐의 무게가 늘어난 것을 보니, 배낭족시절에 두고왔던 걱정, 근심 등의 삶의 고뇌들이 지구의 길 위에 두고 온만큼 늘어났다. 배낭족 시절엔 작은 것에 감사하고, 소유에 대한 욕심이 없었는데, 일상을 살아가면서 작은 것에 불평하고, 소유에 대한 욕심이 커졌다. 배낭의 무게가 늘어난 만큼, 마음의 여유가 사라진 것 아닐까. 이번 볼리비아에서의 10여일간의 일정을 통해서 매일 마다 1키로의 걱정 근심 등을 버리고 배낭족 시절처럼 작은 것에 감사하고 여유를 찾을 수 있을까.
문득 책에서 글귀가 떠올랐다.
“아무것도 너를 방해하지 못하리라, 아무것도 너를 두렵게 하지 못하리라,
모든 것은 곧 지나가 버릴지니 신만이 결코 변치 않으리라”
이 또한 하나님께서 도와주시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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