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나이 야경은 심심해 |
금요일이라 그런지 온 동네가 조용하다. 브루나이 나라 자체가 워낙 특색 없이 조용한 곳이여서 그렇기도 하지만, 특별이 이날은 주말인 금요일이여서 더욱 조용하다. 다들 모스크로 기도하러 떠났는지 개미 한 마리 동네에 돌아다니지 않는다. 한시가 넘어서야 동네에 인기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새벽같이 어디를 나갔다가 돌아오는 사람들도 보이고, 인제서야 잠에서 깼는지 스트레칭하는 주민들도 보였다. 브루나이 지인가족도 다들 새벽같이 어디에 나갔다가 돌아오고, 아이들은 그재서야 일어났다. 이게 브루나이의 주말 일상이라고 그런데, 뭐 특색도 없고, 재미도 없고..수도인 반다르에 가도 특별히 할게 없으니 그렇기도 하겠다만..워낙 이슬람색이 강하다보니 이들의 삶이 원채 재미없어 보였다.
하루종일 영화를 보며 쉬고 있었는데, 해질녘 즈음이 되자 야신이 나를 부르더니 앞집 가족들이 반다르로 나들이 가는데 같이 가지 않겠냐며 제안을 했다. 딱히 할 것도 없고 하니 따라 나섰다. 그런데 반다르 시내는 안가고, 앞집 부모님댁에 나를 데리고 갔다. 가면 간다고 이야기를 해주지 왠 낯선 집에 내리나 했더니, 가족들이 한국서 왔다고 하니 나를 보고싶어 하신다며, 들린거랜다. 아니 그러면 이야기라도 해주지, 마음의 준비라도 할텐데.. 몰골이 엉망인데 실례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였다. 다행히도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오래 머물지는 않았지만, 머물면서 왕창 먹거리를 주셨다. 어느나라 어르신이든 먹거리 왕창 주는 것은 손님맞이로 최고인가 보다.
다시 반다르로 이동을 하는데, 벌써 해가 져버렸다. 해가 떴을 때 수상가옥을 구경하고 싶었는데 해가 져버리다니... 아쉽지만 별수 없는 일이다. 그렇지만 자연스럽게 브루나이의 야경을 구경할 수 있었다. 그렇게 빛이 많은 건물이 많은 동네는 아니어서 야경을 찍는데 조금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도 소소하게 잡히는 빛망울들이 저 브루나이에요 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밤에 보는 수상가옥의 모습도 그들의 삶이 담겨있었다. 아무래도 조금은 생활이 육지에 사는 이웃들보다 어려운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보니, 빛망울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다. 어두운 밤에 빛을 아끼려는 모습이 곳곳에 보였다. 상대적으로 모스크의 모습을 비추기 위해 조명을 빵빵 틀어둔 것을 보니 왠지 모르게 괴리감이 들었다. 거기에 쓸 빛을 아껴 이곳에 사는 이들이 빛을 펑펑 쓰게 좀 쓰지..
빛의 옷을 입은 오마르 사이푸딘 모스크를 찾았다. 작년에 당일치기로 이곳을 여행할 때도 들린 곳인데, 작년과 다르게 모스크가 작게 느껴졌다. 중동에서, 중앙아시아에서 워낙 큰 모스크들을 보고 돌아오고 나니 괜히 이곳의 규모나 디자인 등 모든 것들이 유치해 보였다. 물론 낮에 보는 모스크의 느낌과 빛의 옷을 입고 있는 모스크의 모습은 또 다른 매력을 주었다. 모스크의 야경을 본 것은 우즈베키스탄 이후 처음으로 보는 것 같다. 그만큼 흔한 기회가 아니다. 밤에 보는 모스크는 묘령의 여인을 보는 것 같이 신비함을 더해주었지만, 수상가옥을 보고 이곳에 와서 그런지 보는 내내 마음 한곳이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사람보다 그들의 믿는 신이 더 중요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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