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를 떠나는 날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아침공기가 차다. 진해에서의 인연으로 다시만나 반가웠던 진범이도 내가 떠난다는 사실에 퍽이나 아쉬운 모양이다. 폐만 끼치고 돌아가는데.. 녀석은 고단한 유학생활로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컸는지 다시오라며 계속해서 이야기를 했다. 이제 헤어져야 하는 횡단보도에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각자 길을 가자면서 막상 내가 뒤돌아보니 막상 녀석도 아쉬웠는지 자기길을 가지 않고 배웅하고 있다. 녀석아 가까운 미래에 양손두둑히 하고 찾아오마.
이제 다음목적지인 오사카로 간다. 교토에서 오사카까지는 전철을 이용해 이동을 했다. 천안에서 서울까지 전철타고 이동하는 꼴이랄까. 전철에서 만난 일본인들은 모두 핸드폰을 보고 있다. 학생시절 오사카 전철 안 사람들이 신문을 읽거나 작은 문고를 챙겨와 독서를 하곤 했는데, 스마트폰이 이들의 삶을 바꾸어 버렸나 보다.
나는 여행자다. 아니 방랑객이라고 하는게 더 어울리겠다. 여행은 사랑해줄 무엇가를 찾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사랑할 무엇가를 찾아 떠돌아 다니고 있다. 그리고 내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나를 기다려주는 이들을 찾아 방랑하고 있다. 500여일이 넘는 이 시점에서 나는 여전히 지구에는 내가 사랑할 무엇가를 찾지 못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나를 기다려주는 누군가가 있다. 다음 목적지인 오사카에도 나를 기다리는 누군가가 있다. 여행초기 배낭여행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미생시절 중앙아시아에서 만난 친구 신이치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그도 장기여행자였다. 얼마전 귀국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생활을 하고 있다고 했다. 거의 1년만에 만나는 아이인데,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세번의 환승끝에 약속장소인 나가세역에 도착을 했다. 역에 도착을 하면 친구가 나와있을 줄 알았는데 보이지 않아 실망하려던 찰나 신이치가 나타났다. 굉장히 반가웠다. 어린 친구라 그런지 변한게 거의 없다. 좀더 잘생겨졌다는것 말고는... 신이치 역시 내가 오사카에 있는게 믿겨지지 않는다며 반겼다. 중앙아 여행을 할때 서로의 나라에 오면 챙겨주기로 약속했는데 녀석이 그 약속을 잊지않고 지켜주었다.:D
아쉽게도 만남은 짧았다. 신이치가 요양원에서 나이트 타임일을 하는 날이여서 곧 출근을 해야했다. 짧고 굵은 만남과 아쉬움을 뒤로하고 내일 다시 만날기대로 각자의 길을 나섰다. 오사카는 여행한적이 있어서 딱히 난바거리나 오사카성은 다시 가고싶지 않았다. 그러니 신이치가 우메다를 추천했다. 오사카 역시 도시이고 난바나 오사카성을 보았다면 우메다의 공중정원을 가보라고 했다.
그래서 발걸음을 우메다 공중정원으로 옮겼다. 오사카 지하철도 도쿄 못지 않게 복잡했다. 사람들도 많고 JR노선과 오사카노선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정신차리지 않으면 길을 잃을 모양새다. 그래도 다행인건 지하철 노선에 한국어와 영어로 안내를 해주고 있다는 것에 안도했다. 출구를 나오니 우메다 공중정원이 보였다. 그런데 우메다역과 우메다공중정원 사이에 공사가 한창 진행중에 있었다. 공사장을 가로질러 들어가면 빠를텐데 하는 아쉬움을 품고 공사장을 빙 돌아 이동을 했다. 그런데 공중정원에 거의 도착할 무렵 공사장에서 인부들이 아닌 사람들이 걸어나오는 것이 아닌가. 알고보니 공사장을 가로지르는 지하통로가 있었다. 허참. 모르면 몸이 고생한다는데 딱 그런 상황이다.
우메다 공중정원에 다가가니 생각보다 큰 규모의 건물에 놀랬다. 양 건물 사이 통유리로 된 다리가 보였는데 재밌어 보였다. 그리고는 서둘러 다시 이동을 했다. 올라갔는데 매표소가 보였다. 그런데 갈등이 되었다. 입장료가 1000엔이였던 것. 1000엔의 가치가 있는 곳인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후기들을 듣고 온곳도 아니여서 더욱 그랬다. 그러다가 그래도 신이치가 추천해준 곳이여서 그만 생각하고 표를 구입을 했다.
공중정원에 올라가니 반가운 언어가 들렸다. 수많은 한국여행객들이 이곳을 찾은 것이다. 반가웠지만 그저 모른척하고 내 할일을 했다. 이곳에서 보이는 오사카의 전경이 아름다워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해질녁 바라본 오사카의 모습은 쿄토의 그 밤과 또다른 아름다움이 묻어있었다. 단층건물만 있었던 교토의 밤은 차분함을 주는 반면, 높은건물이 즐비한 오사카는 정신없음과 그로부터 오는 열정과 젊음이 담겨있었다.
야경사진을 찍고 있는데 내 옆에 있던 한국 여대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한국사람에게 사진찍어달라고 하자'며 이야기를 한다. 내게 부탁을 할까 하고 가만히 지켜봤다. 그런데 일본인으로 생각했는지 부탁을 하지 않았다. 한국인 다른 커플들에게 사진을 부탁하더니 서로 찍어주고 있다. 가만히 그 모습을 보는데 퍽이나 재밌다. 개그프로 한장면 같다. 현지인들에게 사진찍어달라고 부탁하는게 부끄러웠는지 한국인에게 부탁하다니..퍽이나 귀엽다. 나도 저 나이때엔 저랬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