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찮게 구경한 대학교 축제 |
● Kyoto Prefectural University 京都府立大学 下鴨キャンパス
▶ Japan, 〒606-0823 Kyōto-fu, Kyōto-shi, Sakyō-ku, Shimogamo Hangichō, 京都府京都市左京区下鴨半木町1−5
▶ +81 75-703-5101
코끝이 시리다. 밤새 창틈 사이로 냉기가 방안으로 들어왔나보다. 온돌문화가 없는 일본이다보니, 방바닥도 차가운 공기에 더욱 차가워졌다. 이제 정말 가을인가보다. 몸을 녹이고 느즈막히 준비를 하고 길을 나섰다. 교토대학과 집주변을 산책을 하며 구경을 했다. 교토는 도쿄와는 달리 굉장히 한산했다. 만약 누군가 '쿄토와 교토 중 어디에 살래?'라고 물으면 '교토에 살고싶네요' 라고 답할 것 같다. 차분하고 조용한 것이 요즘들어 내가 좋아하는 동네이다. :D 걸어가다보니 오늘의 주 목적지인 교토예술회관으로 도착했다. 교토대학교에서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관현악 공연티켓을 걸고 응모행사를 진행했는데, 진범이가 행사에 당첨이 되어 티켓을 두장을 받았고 함께 가자고 제안을 했다. 여행을 하면서 돈을 아낀다는 명목하에 공연을 본적이 거의 없는데, 좋은 기회이다 싶어 흔쾌히 동의했다. 그래서 이곳에 온것이다. 물론 여자사람친구와 왔다면 진범이가 더 좋았을텐데.. 미안하구나 진범아.
그런데 예상치 못한 문제가 터졌다. 티켓팅을 하러 창구에 가보니, 창구는 막혀있을 뿐더러 공연장 주변이 굉장히 한산했다. 매표소 앞에 진열된 팜플랫을 확인해보니 공연일자가 오늘이 아니라 내일이였다. 나야 오늘이든 내일이든 별반 차이가 없었지만, 나를 위해 나름대로 시간을 내주고 교토일정을 짜던 진범이는 적지않게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살살 달래주면서 집으로 돌아가는데 마침 지나가는 길에 Kyoto Prefectural University있었다. 우연찮게 만난 곳인데, 토욜일임에도 상당히 시끌시끌하길래 소리를 따라 들어가 보니,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학생들 모두 참여하는 축제인지, 아니면 일부 동아리들만 모여 진행하는 행사인지는 모르겠지만, 학생들이 으쌰으쌰하면서 하는 모습들을 보니 즐거워 보였다.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이곳으로 이동했다. 누군가는 지정된 부스 안에서 먹거리를 판매하고, 동아리 홍보를 하고, 한 공터에서는 버스킹 공연을 하고 있었다. 영락없는 대학교 축제의 모습이다. 찬찬히 살펴보며 구경을 하는데 한 아이가 전단지를 나눠주었다. 읽어보니 댄스공연이 있으니 참석해달라는 홍보였다. 시간을 보니 막 시작한 참인데, 딱히 흥미가 느껴지지 않아 방문하지는 않았다. 그저 각자 위치에서 축제자체를 즐기고 있는 학생들을 보자니 절로 아재미소(아재라고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가 절로 나왔다. 찬찬히 이들의 모습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흥겨웠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오늘이 토요일이였다. 평일도 아닌 주말에 시간을 내야한다는게 쉬운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행사를 진행하고 사람들이 모이는게 흥미로웠다. 열정과 애정이 크다고나 할까. 나같으면 주말에 행사를 진행하자고도 제안하지도 않고, 보러도 가지 않을것 같은데..:D
교토의 야경은 누가 뭐라한들 교토스럽다. |
● Kyoto University of Art and Design
▶ 일본 〒606-8271 Kyōto-fu, Kyōto-shi, Sakyō-ku, Kitashirakawa Kamihatechō, 左京区北白川瓜生山2-116
▶ +81 75-791-9122
▶ http://www.kyoto-art.ac.jp
예정된 일정과는 다른 예상치 못한 새로운 일정을 보낸 날이다. 의도치 않은 새로운 일정을 보냈음에도 즐거운 볼거리를 많이 보았다. 대학교 축제행사도 보았고, 성당에서 진행된 결혼식도 담장넘어 구경할 수 있었다. 배낭족에게 이런 일정은 계획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의도하고 보려고 해도 보기 힘든 것들인데 감사하게도 흔히 볼 수 없는 일본인들의 삶의 일상을 만날 수 있는 귀한 날이였다.
여행을 다니면서 종종 이런저런 이유로 일정이 붕괴되어 예상치 못한 일과를 보낸 적이 많은데 대부분 의도치 않았던 일과가 평범했던 날도 있고, 그렇지 않은 날도 있었는데, 좋았던 날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아무래도 마음가짐의 문제가 아닐까. 일정이 늦거나, 정보를 잘못알아서 일정이 뒤틀렸을때 보통 속상하기 마련이다. 그때마다 속상한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이 마음을 계속 가져가면 그날 하루는 망치는 날이 더러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마음을 고쳐먹고, 그럴수도 있다고 생각을 하고, 길을따라 가보면, 새로운 만남과, 인연 그리고 볼거리들을 만날 수 있었다. 오늘도 역시 그렇다.:)
재미난 일정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저녁을 해결하고 밀린 드라마(?)를 보며 블로그를 쓰는데, 진범이가 밤산책을 나가자고 졸랐다. 진범이의 제안에 가고싶은 마음도 들었고 귀찮은 마음도 들었다. 이유가 날씨가 춥기떄문이고 딱히 추위를 이길 옷가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진범이의 성화에 결국 가지고 있는 옷을 총동원해 추위를 막기위해 이것저것 껴입고 길을 나섰다. 안그래도 야경을 찍고싶은 마음이 있었기에 따라나선 이유도 크다.
야경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지만, 510일 여행을 하는 동안 밤거리를 돌아다닌적은 거의 없다. 새로 만나는 도시가 치안이 어떤지도 모르고, 밤에 만나는 사람들이 신뢰할수 있는 사람들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괜히 불미스러운 일을 만나 주위사람들을 걱정시키고 싶지 않아, 해가떨어지기 직전에 숙소에 들어와 쉬면서 밀린 블로그를 쓰곤했다. 그런데 일본은 전에도 여행을 해본 곳이고, 한국만큼 치안이 좋을뿐더러 오늘은 둘이서 함께 돌아다니니 겁날 것이 없었다. 더욱이 함께 UDT에서 근무한 전우이니 무엇을 두려워하랴!(물론 UDT훈련은 수료한 것은 아니지만..)
목적지는 도쿄예술대학교. 진범이는 남다른 추억이 깃든 곳이라며 미묘한 웃음을 지었는데, 뭐 더 물어보진 않았다. 이동하면서 모처럼 진해에서의 추억을 공유하고, 현재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면서 정말 별거 아닌거에 서로 웃고, 서른즈음의 나이대에 접어든 다큰 녀석들이 유치한 단어로 서로를 놀리면서 이동을 했다. 밤에 예술대학을 들어간다는게 왠지모르게 조금 으스스했다. 어릴적 본 공포영화 배경이 예술고등학교여서 그랬는지, 왠지모르게 그 영화의 몇 장면이 떠올라 사뭇 긴장이 되었다. 물론 별일은 없었다. 진범이가 놀린 것 뺴고는..여튼 목적지에 도착을 하고 교토시내를 바라보니 교토 다운 모습의 야경이였다. 랜드마크하나 없고, 높은 빌딩이 별로보이지 않는 교토. 단층건물들에서 새어나오는 빛이 수놓은 교토의 야경은 차분함과 침착함이 돋보이는 밤이였다. 혹자는 심심해보인다고 할 수 있지만, 이렇게 심심해 보이는 것이 교토의 매력이다. 도쿄의 밤은 높고 휘황찬란한 화려한 모습을 가졌다면, 교토는 작고 담백하고 단아한 모습을 지녔다. 차분하고 조용하고 한적한 것이 딱 요즘 내가 좋아하는 동네다. 그런데 진범이는 어두운 밤에 교토의 모습이 가려져 밤에는 그 맛이 살지 않아 아쉽다고 이야기를 했다. 어느정도 공감이 가면서도 낮과 밤의 모습이 비슷한 느낌이 나는 곳이 몇이나 생각을 해보니 잘 떠오르지 않았다.
오랜만에 야경사진을 찍으려고 하니 조작이 쉽지 않았다. 흔들리고 초첨이 맞지 않거나, 유체이탈하는 듯한 모습을 찍거나 하는 등 별 희안한 모습의 사진들이 많이 담겼다. 몇번의 작업 끝에 그나마 예쁜 사진이 몇장 담겼다. 사진을 찍은 것들을 정리하기 위해 하나하나 살펴보니 의도하고 찍은 사진들보다 의도치 않고 찍은 사진들이 의외로 매력적인 사진들이 많았다. 오늘 일정도 의도치 않은 일정변경으로 일본인들의 삶을 볼 수 있는 즐거운 날이였는데, 사진도 의도치 않았던 사진들이 더 내게 재미를 더해주었다. 정말 의도치 않음이 많은 즐거움을 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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