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산' 소소하게 재미나지만. 그게 전부. |
● 변산 Sunset in My Hometown, 2017
▶ 감독 : 이준익
▶ 한국
'변산' 소소하게 재미를 주는 작품. 그리고 이 작품은 영화로만 보면 그저 즐거운 영화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좋은 감독, 좋은 배우를 가져다가 어뚱한 시나리오를 사용하면 이런 작품이 나온다고 해야 할까. 더욱이 감정이입을 하게 되면 분노하게끔 만들어주는 작품이다. '청춘영화'라고 표방하지 않았다면 더욱 즐기기 좋지 않았을까 싶다. 괜히 '청춘'이라는 단어를 홍보해 활용해 오늘도 힘겨운 하루를 살아가는 '청춘'들을 욕보이게 할까.
대략적인 내용은 이렇다. 주인공 학수는 고향을 등지고 서울로 와서 랩퍼라는 꿈을 가지고 아둥바둥 하며 살다가 아버지가 쓰러졌다는 연락을 받는다. 아버지와의 관계가 그렇게 좋지 못한 그는 내키지는 않지만 무언가에 이끌려 자의반 타의반으로 학수는 고향으로 내려갔다. 그곳에서 잊고싶었던 자신의 과거와 마주하면서 생겨나는 이런저런 에피소드들을 다룬 영화이다.
영화가 잘만들어졌고 나쁘게 만들어졌고를 평하기엔 내가 부족하다. 다만 이 영화의 주제를 내세우기 위해 사용하는 주인공과 그의 아버지를 비추는 앵글은 그야말로 불편하기 짝이 없다. 심지어 그 주위를 맴도는 주인공의 친구들마져 그 모습을 동조하고 나서니 이건 마치 훈계를 넘어 꼰대질을 하는 것과 같아 보는 내내 불편하게 만든다. (물론 별 생각없이 보면 불편하지 않는다. 영화를 보고 난 다음에 곱씹어 보니 불편한 부분이 한둘이 아니였다.)
주인공 학수가 고향을 떠나고 싶게 만들고, 고향의 존재 자체를 없애고 싶어하는 이유 중 가장 큰 원인은 그의 아버지로부터 비롯한다. 소위 주먹질을 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갔고, 노름과 바람을 즐겨하는 동안 이른나이에 학수의 어머니는 세상을 떠났다. 심지어 감옥에 가는게 두려워 장례식에도 오지 않은 작자이다. 오죽하면 주인공인 학수가 아버지가 감옥에 가있던 시간이 가장 즐거웠던 시간이라고 말을 하고 있을까. 그런 사람이 나이들어 병들고 노쇠해져 가니까 아들과 만나게 된 것이다.
한국의 대부분의 영화가 그렇듯 학수는 당연히 그를 용서한다. 그런데 이를 그려나가는 과정이 매우 불편하다. 영화를 보는 이들에게 아버지를 불쌍하고 동정의 대상으로 만들어 버린다. 아버지가 용서를 빌고, 학수가 용서를 하는 과정도 찝찝하기 짝이없다. 별 생각없이 보면 문제가 될 부분이 아니지만, 돌아보면 어딘가 불편하다. 곱씹어 보면 과연 아버지가 동정과 용서를 받을 작자인가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또한 영화를 보면 내내 친구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를 용서해야 한다며 동조한다. 그런데 누구하나 친구라고 하는 녀석들이 학수가 어릴적부터 받은 상처나 고통에는 관심조차 없다는게 아쉽다. 학수의 상처와 고통을 잘 보듬어주고 극복해나가는 과정 그리고 서로가 성찰하는 과정이 있었다면 그나마 공감이 더 잘가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다. 마음에 없는 용서는 그저 무심일 뿐이니까.
아버지라는 존재가 존경받아야 마땅하지만, 아버지라는 작자가 이유가 어떠하든, 가정을 버리고 떠나 자기 역할을 하지 못한이임에도 불구하고 그를 존경하고 챙겨줘야 한다는 보수적인 유교 관습을 강요하는 것은 굉장히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조금이나마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노력하는 모습이 그려졌다면 조금이나마 공감이 되지만, 이것이 과연 현실을 아둥바둥하며 치열하게 살아가는 젊은 청춘들이 공감할 수 있을까 싶다. 그나저나 한국영화는 아버지라는 존재를 이렇게 형편없게 그렸어야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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