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지금까지 재미를 들린 취미 중 하나가 바로 달리기다. 어느 날 문득 몸 곳곳에 살이 붙어있는 것을 보고, '체중 관리를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헬스장을 다니고 싶었지만, 당시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헬스장을 등록하는데 불안감이 있었고, 소득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아끼자는 마음에 달리기를 택했다.
군시절 달리기가 제일 체중을 관리하는데 효과가 있었다는 기억도 한 몫 했다. 달리기를 시작하고 어느 정도 체력이 올라오면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감사하게도 달리기의 매력에 빠져버렸다. 그러다 어쩌다보니 이렇게 10K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게 되었다.
참가한 대회는 "Express Your SuperPower 5K 10K" 집에서 차로 1시간 거리에 떨어진 Canton에서 열리는 대회였다.
아무래도 작은 동네의 참가자는 많지 않았다. 운영 스태프까지 포함하면 한 백명쯤 모였을까? (나중에 결과를 보니 5K에 참가한 인원은 50여명, 10K에 참가한 인원은 20여명 이였다. 얼추 눈대중으로 인원을 세본 것이 맞았다. 소름.)
인원이 많지는 않지만, 첫 대회에 참가하여서 그런지 조금 긴장이 되었다. 수백 명이 참가하는 대형 대회가 아닌데도 말이다. 분위기에 휩쓸려서 그런 것일까. 평소 달리는 페이스보다 조금은 빠른 속도로 레이스에 임했다. 확실히 백인 아저씨들 힘이 좋다. 덩치는 산만한데, 생각보다 달리기를 잘한다. 역시 백인들만의 타고난 무엇인가 있다.
내가 작은 탓도 있지만, 그들이 나보다 월등히 크고 같은 발 리듬으로 달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보폭은 나보다 크다 보니, 금새 그들과 거리가 멀어졌다. 지고 싶지 않은 마음에 그들을 따라가려면 다른 참가자들이 한걸음 내 딛을 때, 나는 둘 혹은 한걸음 반 달려야 겨우 그들을 앞설 수 있었다.
그런 백인 아저씨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지 50여분이 지나자 결승점이 보였다. 그것이 주된 이유였을까 평소에 동네에서 달리던 기록보다 훨씬 좋은 결과를 받았다. 10K, 53분 55초(NRC로 측정한 기록값과는 조금 차이가 있었다.) 평소보다 5분이나 빨리 달렸다. 아무래도 달리는 장소, 분위기 그리고 살짝 긴장된 탓에 기록이 좋지 않았을까.
이날 대회에서 나는 30-34세 남자 그룹에서 1등을 했다. 삶에서 1등과는 먼 삶을 살아왔는데, 같은 나이 그룹에서 1등 그리고 TOP10이라니(전체 25명 10K 참가자 중)... 1등의 맛이 이런 것이였다. 말로 표현못할 행복감과 성취감. 정말 즐거운 기분이다.
나를 낮게 보고 습관적으로 그리고 과할 정도로 남에게 양보하고 배려하는 삶을 살았는데, 굳이 그럴 필요 없었던 것 같다. 나 자신에게 양보하고 배려하며 관심 가지는게 이렇게 행복할 줄이야. 진작에 왜 이 맛을 몰랐을까. 그렇게 이 날 난 조금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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